로봇 시장이 연평균 10%이상 고성장이 전망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로봇사업 진출 현황과 향후 과제들을 짚어보면서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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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HD현대의 현대로보틱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등 대부분 로봇 기업들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는 수익 보다 연구개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로봇 시장의 속도는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결실을 맺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선 성장하는 로봇 시장에 발 맞춰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5위 수준인 한국 로봇기업들이 도약하기 위해선 정부에서도 보폭을 맞춰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자율주행 로봇인데 뒤에 사람이 동행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로봇은 보도·횡단보도에 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며 규제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봇강국 한국, 수익성은 아직
국내 로봇 기업 중 가장 많은 영업손실이 발생한 곳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월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개 스팟(Spot) 등을 생산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매출액 668억원, 영업손실 1970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도 매출액 218억원, 영업손실 53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옛 주인이었던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인수했지만 결국 흑자 전환에 실패하며 매각을 택했다"며 "현대차그룹 역시 수익성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배경에 대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했다"며 "그룹 내 자체 로봇 개발 역량 향상은 물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를 적극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의 로봇 사업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7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로봇 기업 중 매출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적자는 면치 못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0년엔 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손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낮아질 경우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상만큼 수익성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단 얘기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무형자산 항목인 개발비에서 115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2020년 이 항목에서 800만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한 셈이다.
현대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용 로봇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매출 비중 절반이 넘는 산업용 로봇 외에도 서비스용 로봇, 협동 로봇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중이다.
두산의 로봇 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역시 적자를 기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370억원,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대비(2020년) 매출(202억원)이 83.2% 증가했고 영업손실(-139억원) 폭을 줄이며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두산 관계자는 "협동 로봇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하지만 흑자전환 시점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규제로 서비스로봇 활성화 힘들어"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로봇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로봇을 잘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며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1만명당 932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은 로봇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1~3위권 나라와 비교했을 때 기술력이 2~3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물류, 배달 등 서비스용 로봇 분야가 규제의 벽에 부딪히면서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규제가 지나친 탓에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상용화가 늦춰지고 있다"며 "현재 규정대로라면 자율주행 배달 로봇 이용시 로봇 뒤에 사람이 꼭 붙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배달, 물류 로봇 사용(일부 지역 제외)이 극히 제한적인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자율주행 로봇이 상용화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경제단체 중심으로 로봇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일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 100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건의서엔 로봇, 드론 등 신기술 관련 규제혁신 과제 26건이 포함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별 건의와 규제혁신과제 해결을 중심으로 접근하되 장기적으로는 개별 규제를 하나하나 고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불합리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다수의 규제법을 찾아내 과감히 폐지하고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