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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온 헝가리공장, 전기차 30만대 공급규모 직접보니

  • 2022.09.15(목) 16:05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설비 못지않게 불량·폐기물 재활용 모색
'안전성·생산성' 두마리 토끼 잡기 계획

SK온 헝가리 코마롬 1·2공장 전경 /영상=백유진 기자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 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코마롬(헝가리)=김동훈 백유진 기자]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서쪽을 향해 차로 96km가량 달렸다. 옥수수밭, 해바라기밭이 노랗게 끝없이 펼쳐졌다. 고속도로 위에서 얼핏 봐도 공장보단 농장이 어울릴 법한 풍경이다. 그러다 저 멀리 커다란 공장들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SK'란 이정표도 보였다. 대다수 방문객들이 비즈니스워치 취재팀처럼 착각 한다는데, 사실 'SK'는 슬로바키아 방향이란 뜻이다. 공교롭게도 SK온 헝가리 공장은 이 표시가 보인 직후 눈앞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사업을 위해 헝가리 코마롬에 건설한 1·2공장을 긴 여정 끝에 찾았다.

지도를 보면 코마롬이란 도시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나눠 갖고, 서쪽은 오스트리아,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체코와 독일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현대차·기아,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생산기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지리적으로 뛰어난 위치다. 

SK온 코마롬 공장의 첫 이미지는 방대함이다.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길고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코마롬 공장 부지는 43만제곱미터(13만평) 규모다.

SK온 헝가리 코마롬 1·2공장 /영상=백유진 기자

1공장은 연간 7.5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기차 기준 12만5000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1400명 가량이 일하고 있다. 벤츠와 현대차·기아가 주고객이다. 2공장에선 900명가량이 일하며, 연간 생산능력은 10GWh(전기차 17만대 규모)다. 폭스바겐에 판매하는 배터리를 제조한다.

취재팀은 SK온 협조를 얻어 1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정을 살펴봤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정은 전극·조립·화성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취재팀은 이중에서 온·습도 유지에 민감한 화성 공정을 제외한 전극·조립 공정을 둘러봤다. 다만 보안 때문에 사진·영상을 직접 촬영하는 것은 제한됐다.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것이 '전극 공정', 이들을 파우치형 배터리 셀로 만드는 것은 '조립 공정', 전기적 특성을 부여해 배터리 셀을 완성하는 단계가 '화성 공정'이다. 여기에 한 단계를 더하면 배터리 셀을 모듈로 만들고 팩에 넣는 과정이 있다.

첫번째로 만난 전극 공정은 요란한 소리와 열기로 가득했다. 거대한 통 속에서 양극과 음극 활물질 등 원재료를 설정한대로 섞는 '믹싱' 과정부터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강력하게 원재료를 섞는 과정이 끝나면 검은색 액체 형태의 '슬러리'가 주르륵 쏟아졌다. 끈적끈적하면서 매끈한 기름 같은 모양이다. 이 슬러리를 알루미늄·구리 호일 위에 바르고, 말리고, 압축하고, 자르는 과정 등이 자동으로 이어졌다. '코팅', '드라잉', '프레싱', '슬리팅' 등의 공정이다.

SK온 헝가리 공장 내부 / 영상=SK온 제공

이같은 전극 공정을 통해 양극판과 음극판이 완성되면 분리막과 전해질 등 배터리의 주요 요소를 모아 조립하는 공정으로 넘어갔다. 조립 공정에선 SK온의 독자적 제조 공법인 'Z-폴딩'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분리막 사이에 양극과 음극판을 지그재그로 쌓는 공법이다.

특수 제작한 자동화 기기는 낱장으로 된 양극, 음극판 사이에 분리막을 끼워 넣어 양극-분리막-음극-분리막 순서로 수십장을 뚝딱뚝딱 쌓았다. 이렇게 만든 게 '젤리롤'이다. 이후 파우치로 밀봉하면 파우치형 배터리가 됐다.

Z-폴딩은 양극과 음극을 균일하면서도 빠르게 쌓으면 화재를 유발하는 전극간 접촉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생산성도 높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기는 또한 이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투명 유리 속에서 작동되며 일정 온·습도 상태가 유지된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하고 공정 오류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SK온 헝가리공장 관계자는 "SK온이 제작한 배터리 셀은 3억5000만개 이상을 시장에 공급하면서도 화재 발생이 없는 안전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가 압권이었다. 지름 2~3미터쯤으로 보이는 거대한 원판에 파우치가 놓이고 빙글빙글 돌았다. 이후 추가 공정을 거쳐 전해액이 순차적으로 주입되며 수십개의 배터리가 잇따라 완성됐다.

공개된 공정을 모두 살펴보니 불량품을 자동, 수동으로 계속해서 파악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일부 공정에선 카메라를 통해 알루미늄·구리판에 바른 물질들이 고르게 발려서 말려지고 코팅, 압축까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했다. 직원들은 이를 다시 점검했다. 불량품들은 별도 용기함에 쌓였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품질관리를 통해 계속해서 나오는 불량품(스크랩)을 재활용할 필요성도 요구된다.

우선 배터리의 단순 폐기는 환경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단순 폐기는 오래 전부터 금지됐다. 오는 2030년부턴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일정 비율 재활용이 의무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런 원재료는 인도네시아, 콩고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돼 가격 변동성도 상당하다.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국가·기업 등의 경쟁도 치열하다. 유한 자원을 재사용하고 배터리 원가를 낮추는 것은 관련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높인다.

현재 SK온 코마롬 공장의 경우 인근 협력 회사를 통해 불량품과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 오는 2024년 상업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온의 덩치가 커지고 있는 만큼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만 봐도 재활용 기술 내재화는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SK온은 현재 헝가리 이반차에 총 3조3100억원을 투자해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드, 폭스바겐 등을 고객사로 둘 이 공장은 오는 2024년부터 연간 30GWh를 생산할 목표다. 30GWh는 전기차 약 4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인력 규모는 2500명가량을 확보할 방침이다.

유럽 시장에 국한된 영역도 아니다.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위상이 다르다. 2019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에 진입했는데, 2021년 5위까지 순위를 높였다. 미국, 중국 등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면서 2017년 1.7GWh(기가와트시)였던 생산능력을 올해 말 77GWh로 늘리고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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