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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스핀오프]③띠부씰처럼 '자회사' 뗐다 붙였다

  • 2022.09.29(목) 10:05

LG화학·삼양홀딩스·셀트리온 등 분할 자회사 재합병
비용 절감·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등 효과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네이버, 인터파크, SK엔카 등은 국내 스핀오프(spin-off·회사 분할)의 효시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모두 대기업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현재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핀오프가 대기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모회사의 특정 파이프라인을 떼어내 관련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물질을 독립시키면 R&D 전문성 강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과거 스핀오프했다가 다시 합병하는 사례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스핀오프 현황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스핀오프와 반대로 계열사 및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지배구조 단일화, 사업 일원화,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특정 사업부문을 분할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에는 뗐다 붙였다 하는 '띠부띠부씰'처럼 분할한 자회사를 다시 합병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이다. LG그룹이 지난 200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화학이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사로 분할됐고 당시 생명과학 사업부문은 LGGI에 속해있었다. 그러다 2002년 LGCI가 생명과학 사업부문을 LG생명과학으로 분사했고 이후 LG화학이 2017년 LG생명과학을 합병하면서 생명과학 사업은 15년 만에 다시 LG화학에 속하게 됐다. LG화학은 합병 당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바이오 사업을 매출 5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2011년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의약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삼양바이오팜을 설립했지만 10년 만인 지난해 흡수합병했다. 의약바이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2018년 대사질환 의약품 개발 가속화를 위해 출자했던 자회사 '큐오라클'을 지난해 7월 흡수합병했다. 

구강용해필름(ODF) 기술을 보유한 씨티씨바이오도 지난 2019년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부서를 분리, 신설한 자회사 씨티씨사이언스를 2년 만인 지난 1월 흡수합병했다. 씨티씨사이언스가 2년간 이어진 적자 행진으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다. 씨티씨바이오는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 사업을 통합함으로써 비용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셀트리온 역시 2010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인적 분할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수년째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외에도 셀트리온제약까지 더해 3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지배구조 단일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주가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밑작업을 다지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사업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회사 및 계열사 간 합병하는 사례도 대거 쏟아지고 있다. GC녹십자가 2011년 설립한 'GC녹십자랩셀'과 2012년 인수한 GC녹십자셀(구 이노셀)이 지난해 11월 합병하고 지씨셀로 출범했다. GC녹십자랩셀은 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 역량과 글로벌 라이선싱 경험을 갖추고 있고 GC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 제조기술과 상업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을 통해 세포치료제 사업부문을 일원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휴온스그룹도 지난 1월 건강기능식품 관련 자회사 휴온스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신규법인 '휴온스푸디언스'를 출범했다. 휴온스네이처는 인삼‧홍삼 영역 전문성과 생산력을 갖추고 있었고, 휴온스내츄럴은 상품 개발력과 온·오프라인 영업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오는 11월 그룹 관계사인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할 예정이다. 한미헬스케어는 지주회사 위에 또 다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고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 사업 등을 주력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특정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이유와 다시 합병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부문 강화라는 부분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신속한 인사결정이 가능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으며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자회사 합병 시 판매관리비 등 중복 지출되는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효율성 및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사업 역량을 융합할 수 있고 지주회사를 통해 부족한 자금도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개발 사업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는 이유 중 하나가 IPO인데 코로나와 임상 실패 등의 여파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자회사를 다시 흡수합병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며 "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신약 개발 지속을 위해 관련 자회사를 합병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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