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최근 고려아연과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지분 동맹을 맺은 배경에는 배터리 양극재뿐 아니라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전구체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비해 90%가 넘는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구체 중국 의존 낮춰라
전구체란 양극재 제조 과정에서 원료가 되는 화합물질이다. 양극재에 니켈·코발트·망간(NCM)이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어떤 화합물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과 용도가 달라지는데,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전구체는 배터리 소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재료지만, 현재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전구체를 들여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전구체 중 NCM은 92.6%, NCA는 99.9%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내년 시행되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전구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한다. IRA는 배터리 소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조달 비율은 내년엔 40% 이상이지만, 2027년엔 80%까지 올라간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소재를 점찍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LG화학도 핵심 재료인 전구체를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경쟁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배터리 업체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IRA를 충족하는 곳으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LG화학 내 양극재 중심의 첨단소재 사업이 차지하는 매출은 올 3분기 2조5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한다. 첨단소재 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의 16.6%를 차지했다. 확실한 증가세다.
LG화학은 올 3분기 첨단소재 매출 중 69%(약 1조7816억원)가 양극재 중심의 전지재료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5조원으로 예상되는 전지재료 매출을 2027년까지 2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맞교환 내용은…
이 같은 배경에 따라 LG화학은 고려아연과 자사주를 맞교환한다. 2576억원 규모의 LG화학 자사주 36만7529주(0.52%)와 고려아연 자사주 38만4897주(1.94%)를 맞교환하는 형태다.
또 LG화학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KENCO)는 합작회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번 협력 강화를 통해 두 회사는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당초 2만t에서 5만t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7월 배터리 리사이클링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를 인수하며 미국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LG화학은 이그니오 홀딩스를 통해 리튬·니켈 같은 전구체 핵심 광물을 북미 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미국 내 연산 12만t의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LG화학은 미국 현지에서 '재활용 광물-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LG화학의 주요 고객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고려아연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양극재 부문 수익성 및 영업력을 강화했다"며 "LG화학의 전구체 수직계열화는 IRA 기준 충족을 통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영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