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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in 한화]②'방산 삼각편대' 뜬다

  • 2022.12.26(월) 10:56

육상·항공 우주에 이어 해상까지
LNG 등 에너지 부문도 시너지 기대
'김동관 체제' 강화…경영능력 시험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었다. 14년 만이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기회를 얻지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그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리스럽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다르다. 한화의 주력인 방산과 에너지 등에서 시너지를 낼 요소가 많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한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

뭐니 뭐니 해도 '방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방위산업' 때문이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그룹의 근간이 한국화약이었던 만큼 업력도 긴 데다, 방산 강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한화의 방산 부문 강화에 상당 부분 초점이 맞춰있다.

한화의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핵심이다. 그룹 내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도약이 목표다. 최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100대 방산기업 중 50위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잠수함 /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내 흩어져있던 방산 사업을 가져오면서 육상은 물론 항공 우주 분야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글로벌 방산 톱10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마지막 퍼즐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상과 항공 우주는 물론 해상 분야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방산 톱10 도약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치게 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구축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지난 11월 말 기준 특수선 부문의 수주잔고는 55억5000만달러다. 전체 수주잔고의 20%에 해당한다. 한때 방산 부문에서만 매출 1조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특수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한화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구축함에 한화의 함정형 전투체계와 무기체계가 탑재된다. 상품성과 경쟁력이 배가된다는 이야기다.

에너지 부문도 주목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또 하나의 이유로는 '에너지' 부문에서의 시너지가 꼽힌다. 한화는 현재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LNG 해상생산기술(FLNG)을 접목할 생각이다. FLNG는 바다 위에서 심해의 가스를 뽑아 LNG를 생산하는 부유식 액화플랜트다. 

통상적으로 해양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방식은 해저에서 가스를 뽑아 올린 후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보낸다. 이후 육상에 위치한 액화·저장 설비에 넣어뒀다가 이를 LNG수송선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LNG선을 활용한 수송은 파이프라인으로 LNG수송이 불가능한 곳에서 주로 사용한다. FLNG는 천연가스 생산, 액화, 저장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복잡한 수송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LNG선에 실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FLNG /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부유식 저장 재기화 설비(FSRU)도 시너지를 낼 요소다. FSRU는 대형 선박에 육상 LNG 터미널이 설치된 것과 같은 원리다. 천연가스 저장은 물론 기화설비와 천연가스 송출에 필요한 모든 설비가 내장돼있다. 여기에 해상 이동이 가능하다. 바다 위에서 육상으로 연결된 파이프에만 연결하면 LNG 터미널이 돼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FLNG, FSRU는 물론 LNG수송선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가 영위하고 있는 LNG발전 사업과 접목할 부분이 많다. 더불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발전 등과 대우조선해양의 운송 기술력도 연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생산에서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

힘 받는 '김동관 체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갖는 또 다른 포인트는 한화그룹의 후계구도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방산 및 에너지 등 그룹 주력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호텔과 리조트·백화점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핵심은 장남인 김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는 방산과 에너지 부문이다. 방산과 에너지 부문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방산과 에너지 부문의 정점에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한 한화 계열사 6곳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 부문 대표이사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따라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한화의 미래 성장 동력 강화의 일환인 만큼 장기적으로 '김동관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한화가 방산과 에너지에 방점을 찍은 만큼 대외적으로 모양새도 자연스럽다. 김 부회장이 기존 한화의 방산 라인업과 그동안 닦아뒀던 국내외 영업 루트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한화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방산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확실히 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다"며 "방산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김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약점으로 꼽히는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면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인정받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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