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시대 보안기술은 핵심입니다'
LG전자가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Cyber Security Management System) 인증을 획득하고 글로벌 전장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자율주행 등 신기술 등장으로 해킹 위협이 커짐에 따라 사이버보안이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전장부품 공급사로서 보안 분야서 필요한 역량과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보안 인증 얻어야 유럽 판매
LG전자는 20일 국제 공인시험인증기관인 TUV라인란드(TUV Rheinland)로부터 차량 사이버보안 관리체계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디자인·개발·생산·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 보안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모의 해킹 침투 테스트를 통해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 인증을 통해 LG전자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회원국에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고객들에게 철저한 CSMS을 갖춘 전장부품 공급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유럽경제위원회엔 유럽연합을 비롯해 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56개 국가가 가입됐다.
앞서 유럽경제위원회는 2020년 6월 차량 사이버보안 관련 법규인 ‘UNECE R-155(UNECE Regulation No.155: Cybersecurity Regulation)’를 채택하고, 2021년 1월 이를 공식 발효한 바 있다.
해당 법규는 ‘2022년 7월 이후 개발된 모든 자동차는 CSMS 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만 유럽경제위원회 협약국에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CSMS 인증은 제조사마다 3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망의 보안 관리도 요구된다.
특히 LG전자가 획득한 이번 인증은 유럽경제위원회가 규정한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럽경제위원회는 차량 사이버보안 국제표준인 ‘ISO/SAE 21434’를 준수해 사이버보안 관리체계를 운영하도록 한다. ISO/SAE 21434는 기획·개발·제조·유지·폐기 등 차량의 전체 제품 수명 주기에 걸친 사이버보안 활동에 관한 프로세스를 정의하는 국제표준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차량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전장부문 수주잔고 100조원
LG전자가 CSMS 분야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최근 전자업계가 집중하는 배터리 사업과 자동차업계 간 연관성에 더불어 보안 기술이 자동차업계의 필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최근 신기술이 적용되는 자동차들은 수많은 감지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그만큼 차량 소유주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국제기준도 강화되는 이유다.
LG전자가 2021년 9월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 보안 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하고 세계적 수준의 정보 보안 인증인 ‘TISAX(Trusted Information Security Assessment Exchange)’를 획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이밸럼 인수건은 매출과 직결되는 사업확장이 아니라서 당시엔 시장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일각에선 “유럽경제위원회로부터 2022년 7월 시행될 차량 사이버보안에 관한 법규 CSMS 등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된 바 있었다.
당시 LG전자는 사이밸럼 지분 69.6%를 약 1600억원에 확보하며 손에 넣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조기에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기존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에 보안까지 더하며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암호기술 전문 스타트업 크립토랩과 업무협약을 맺고 양자내성암호 기술 활용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 차원에서의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경제위원회의 법규 제정 이전에도 고객사의 요구를 뛰어넘는 엄격한 자체 사이버보안 프로세스를 적용해온 것”이라며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요구하는 사이버보안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전장사업이 활로 개척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전장부문 매출이 10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찍고, 수주 잔고도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기차 업체들이 모터를 비롯한 구동계 수주를 예상보다 늘리고 있고 유로존 경기침체 완화에 따른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으로 차량용 램프 수주가 회복되고 있다”며 “올해 LG전자의 전장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한 10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3357억원으로 추정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올해 말 LG전자 전장부문 수주잔고는 100조원에 근접해 연평균 20조원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해당 부문 호조로 올해는 LG전자의 기업가치 재평가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