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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샤워하는 물, '초순수' 아시나요

  • 2023.04.02(일) 11:10

[테크따라잡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 필수
삼성·SK, 초순수 설비 국산화 진행중

/그래픽=비즈워치

초순수(UPW· Ultrapure Water)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초순수는 여러 차례의 정수 과정을 거쳐 이물질을 모두 제거한 물을 말합니다. 초순수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깨끗한 물을 더 깨끗하게 만든다니, 초순수는 도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요.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왜 초순수를 꼭 필요로 할까요.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물은 크게 일반수, 순수, 초순수로 구분합니다. 일반수는 정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 공업용수를 말합니다. 일반수에서 전해질을 제거한 물이 순수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산소를 제외한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 모든 물질을 제거한 물이 초순수 입니다. 

일반수·순수·초순수 차이 설명 /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사용하는 물은 수소와 산소뿐만 아니라 미생물과 무기질, 유기물 등 여러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또 이온 성분이 포함하고 있어 전도성을 띠고 있는데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물에 빠트리면 고장 나는 이유도 바로 이온 성분 때문이죠. 그래서 반도체 공정에 일반 공업용수와 순수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는 초순수만을 사용합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불순물이라도 고장의 원인이 되는데요. 불순물이 없는 초순수를 사용해 웨이퍼 생산 공정 중에 나오는 부산물, 오염물 등을 세정합니다. 초순수는 전도성이 없어 반도체를 고장 내지 않거든요. 또 식각공정에서 사용할 화학물질을 희석하는데도 초순수를 활용됩니다. 

반도체 세정 공정 / 영상=삼성전자

반도체 업계에선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초순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보통 6인치 웨이퍼를 하나 깎아내는 데 1t(톤)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대만에 발생한 가뭄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어 공장문을 닫을 위기까지 간 적이 있을 정도죠.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초순수가 없다면 웨이퍼 위의 불순물들을 제거할 수 없어 반도체 수율을 확보할 수 없다"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순수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핵심 중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순수, 어떻게 만들까

그렇다면 이런 초순수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걸까요. 초순수는 20단계 이상의 생산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요. 초순수를 만드는 과정은 불순물을 거르고 걸러내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크게는 '전처리-순수처리-초순수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초순수 생산 과정 / 자료=환경부

중요한 단계만 설명하면, 우선 전처리 과정에서 멤브레인(Membrane) 필터를 사용해 일반 공업용수에서 비교적 입자가 큰 불순물을 걸러냅니다. 멤브레인 필터란 막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미터),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틈이 있어 이보다 작은 성분들만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필터를 말합니다. 

이어지는 순수 처리 과정에선 AC(Activated Carbon) 타워에서 숯을 가공한 활성탄을 사용해 잔류 염소와 유기탄소를 제거하죠. 이다음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필터를 활용해 물을 한번 더 정화합니다. 역삼투압이란, 삼투압과 반대로 의도적으로 농도가 높은 액체에 압력을 가해 고농도 액체의 물 분자를 저농도 쪽으로 이동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염된 물에서 불순물만 남고 물 분자만 RO필터를 통과하게 되죠.   

이후 전기분해장치(CEDI·Continuous Electro Deionization)에서 물속에 남아있는 이온을 분해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이 되는 겁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닌데요. 이온을 없앤 물을 자외선(UV) 살균 램프로 살균해 박테리아 등 각종 유기물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멤브레인 가스를 이용해 남은 가스를 제거하면 초순수가 완성됩니다.

초순수 국산화 나섰다

초순수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문제는 초순수 생산 설비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초순수 생산설비 설계를 일본 업체가 담당하다 보니 부품과 장비도 일본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 초순수 생산 설비도 일본 기업의 장비가 대부분이죠. 일본이 초순수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하면 손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원인은 일본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초순수 사업을 적극 육성해온 덕분에 초순수 생산설비 설계 분야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본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 제조 기술과 초순수 기술 개발에 나섰죠. 쿠리타(Kurita)·노무라(Nomora) 등 일본의 대표 초순수 기업들도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아래 성장했습니다.

초순수의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부터 환경부가 '초순수 내재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는데요. 환경부는 총 45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하루 총 2400t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플랜트를 설치·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하루 1200t 생산 규모의 실증 플랜트가 경북 구미에 있는 SK실트론 공장 부지에 구축돼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앞으로 초순수 생산공정의 설계·운영 기술 100%, 시공 기술 및 핵심 기자재는 70%까지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초순수 핵심 기술인 설계·시공은 70%까지 개발이 진척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말엔 설계 분야에서 완전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한국수자원공사와 초순수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에 나섰는데요.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축인 두 회사가 초순수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 기술로 초순수를 생산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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