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 용량의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개발하는 등 전장용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4년 만에 해외 IT(정보통신)·전장 고객을 초청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등 파트너사 확보에 나섰다.
해외 고객사 초청해 협력 강화
삼성전기는 부산에서 해외 IT·전장 고객을 대상으로 '2023 SEMCO Component College(SCC)'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3일 동안 열리는 SCC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초청 행사다. MLCC·전자소자 등을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해외 고객을 회사로 초청해 주요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생산시설 견학 등 고객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130여 고객사에서 2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전 행사 대비 참가 회사와 인원 규모가 20% 이상 늘었다는 게 삼성전기 측 설명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기는 해외 주요 고객사와 네트워크를 확대해 코로나19 이후 단절됐던 고객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매출 확대와 잠재 고객 발굴을 추진한다.
이날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환영사에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IT용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과 전장용 MLCC 라인업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파워인덕터 등 전자소자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시장 성장세에 '자동차 부품 회사'로
삼성전기가 특히 힘을 주는 분야는 전장용 제품군이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 생산해 현재 IT 부문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하지만 아직 전장용 MLCC 시장에서는 입지가 부족하다. 현재 전장용 MLCC 분야의 선두 업체는 일본의 무라타와 TDK, 타이요 유덴 등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삼성전기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13%로 작년에 비해 9%P(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1위인 무라타의 점유율은 44%에서 41%, 2위 TDK의 점유율은 20%에서 16%로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업체들과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전장 시장 확대를 위해 삼성전기는 주요 사업부에 전장 전담 조직을 신설해 MLCC뿐만 아니라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분야 등에서 전장용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IT용 부품 회사를 넘어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장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세계 최고 용량의 MLCC를 개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번에 삼성전기가 개발한 MLCC는 온도에 따른 용량 변화율이 적은 250V급 33nF(나노패럿)과 125℃용 100V급 10µF(마이크로패럿) 용량 특성을 가진 제품이다. 동급의 전압 MLCC 중 업계 최고 용량이라는 게 삼성전기 측 설명이다. 기존 250V급 제품에서는 22nF이 가장 높은 용량이었다. 각 제품은 전기차 핵심 장치인 전동화 시스템과 LED 헤드램프에 사용된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는 전기차용 제품까지 개발하며 자동차용 MLCC 풀라인업을 구축했다"며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설비 내재화와 생산능력 강화로 전장용 MLCC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