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의 경영 환경 악화 등에 대해 미리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 해법으로는 축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세트 플레이'를 강조했다. 축구 선수들이 여러 상황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평소 반복해 연습하면 실전에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골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따라 SK그룹도 다양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할 수 있도록 전사 시스템과 모든 임직원들의 역량을 높여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 일환으로 미·중 경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각종 위험 변수들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 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두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회장은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며 “미·중 경쟁과 이코노믹 다운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들은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 회장이 지난 2021년부터 그룹 전체에 강조하고 있는 경영비전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에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스토리를 더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는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Signpost·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면서 “이 같은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글로벌 전략 재점검도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옛날 같은 하나의 시장이 아닌,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그 시장 하나하나에 SK의 의미와 상황을 담아낼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SK 관계사 별 대응은 힘들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룹 차원으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각 시장 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확대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 명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CEO들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산업 위기 대응 및 경영 역량 제고를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공유하고 관계사별 비즈니스 모델 변화 추진 방향과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글로벌 시장 변화 상황에 대해 듣고,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 사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