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정유사 웃고 울리는 ‘정제마진’…뒷심 발휘할까

  • 2023.06.18(일) 08:00

공급과잉·수요위축에 유가급락…마진 일시반등
수요 회복 관건…하반기 제한적 상승 전망유력

/그래픽=비즈워치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배럴당 1달러 밑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까지 오르자 정유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번 정제마진 반등은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원유 가격 하락에 기인한 것이어서 근본 원인이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기대감’에 변하는 유가, ‘실수요’에 따른 제품가

2023년 정제마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약 30달러까지 치솟았던 정제마진이 바닥을 찍더니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앞서 올해 1월 월평균 10.3달러로 시작했던 정제마진은 3월 넷째 주 7.7달러로 꺾였고 △4월 첫째 주 5.3달러 △4월 둘째 주 3.9달러 △4월 셋째 주 2.5달러에 이어 4월 넷째 주엔 2.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4월 말경 0.8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정제마진은 5월 둘째 주부터 3.7달러로 소폭 상승해 △5월 셋째 주 4.9달러 △5월 넷째 주 4.4달러 △6월 첫째 주 4.4달러 등으로 4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을 제했을 때 정유사들이 실질적으로 갖게 되는 순익이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본격적인 개선을 이뤘다고 보긴 어려워 여전히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제마진이 개선되기 위해선 제품가격과 원유가격 간 차이가 벌어져야 하고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최근 상황은 다소 특수한 경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품가격 상승이 아닌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격차 발생이어서 호재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유되는 원유가격의 특성상 근본적인 정제마진 개선을 위해선 수요 회복이 급선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상 업계 내에서 원유가격은 ‘매매가’, 제품가격은 ‘전세가’와 유사하다고 설명된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매매가격이 오르는 반면 실제 찾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격이 오르는 전세가격과 각 특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정유사 실적 ‘역기저효과’ 불가피

지난주 원유가격의 급락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낮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95달러에서 86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달러에서 81달러로 낮춰 잡았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글로벌 산유국들의 공급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수요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국제유가가 출렁였다. 골드만삭스가 전통적으로 유가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놓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했다. 

이튿날인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는 배럴당 4.4%(3.05달러) 급락한 67.12달러에 장을 마쳤다.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같은 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배럴당 3.9%(2.95달러) 내린 71.84달러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 지난 2021년 12월 20일 이후 최저가로 추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추가 감산할 거라 밝혔음에도 여전히 유가가 약세를 띄는 배경 역시 공급과잉 영향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5일(현지시각) JP모건이 같은 이유로 올해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0달러에서 81달러로, WTI 전망치를 배럴당 84달러에서 76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힘에 따라 유가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지난주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치 하향조정에 따라 투기 세력의 자금이 이탈해 원유가격이 급락했을 것”이라며 “관건은 글로벌 수요 회복인데 현 시점에선 명확한 지표가 확인되지 않아 단언하기 어렵고, 하반기엔 상반기 대비 수요가 다소 늘어날 순 있으나 크게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진한 경제 지표가 향후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조 실장은 “4~5월 정제마진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큰 폭의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정제마진도 치솟았던 전년 호실적을 고려했을 때 역기저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각에선 글로벌 휘발유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등 계절적 수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드라이빙 시즌은 매년 5월말부터 9월초 노동절 연휴기간 동안 미국 내 자동차 여행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기다. 

다만 증권가는 해당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한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휘발유 재고 감소 강도를 연도별로 비교했을 때 아직 코로나 팬데믹 이전은 물론 코로나가 재확산됐던 지난해보다 약한 모습이다”며 “여름 휴가기간 폭발적인 이동 수요를 전망했던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