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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하면서 태양광전력 만들어'…한화큐셀, 일석이조 비법전수

  • 2023.09.17(일) 12:00

650평 기준 수익성 최대 6배↑
영농형 전용모듈 개발 돋보여

경북 경산시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모습./사진=한화큐셀

[경산시=강민경 기자] 한화큐셀이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 모듈 공급에 박차를 가한다. 농촌 경제를 살리고 환경문제도 적극 대응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물과 친환경 전력을 동시에 생산해 낼 수 있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작물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으로 줄지만, 전력 생산에 따른 결과로 총 수익은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사지으면서 매전수익 3천만원까지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전경./사진=한화큐셀

최근 방문한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실증단지. 논밭 지면으로부터 3~5m를 띄워 설치한 태양광 모듈은 마치 지붕처럼 우뚝 솟았고 하부 농지에선 대파와 벼를 재배하고 있었다. 구역별로 일반 모듈·수직형 모듈·협소형 모듈 등을 설치해 운영 중인 것도 특징이다.

이곳은 지난 2019년 한국동서발전이 기금을 조성해 만든 곳으로 500여평 규모에 총 100kW(킬로와트) 전력을 생산해내는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다. 국내 가정용 기준 연간 1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영농형 태양광이 주목받는 까닭은 ‘국토 보전’과 ‘농촌·농민 보호’ 크게 두 가지다. 전문가들은 “한국 국토의 70% 가량을 산지가 차지하고 있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사태 등 위험부담이 있어 산지 설치를 확장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때 눈길을 끈 것이 ‘논밭’이다. 평지인 논밭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그 아래서 농사도 지을 수 있으면 일석이조라는 판단이 섰다.

농촌 경제에도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준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 본인 소유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할 경우 농사만 지을 때 대비 최대 6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한 달에 기존 160만원에서 986만원으로 수익이 오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농지를 임대해 운영할 경우에도 395만원의 총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남대 실증 결과, 올해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 100kW 규모 영농형 태양광을 운영할 경우 연간 약 3000만원의 매전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사진=한화큐셀

일각선 식량 안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모듈이 햇빛을 가려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큰 폭의 감소량이 아니고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실질적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 및 농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실증 결과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의 대파·밀·배추 수확량은 모두 일반 농지 대비 80% 수준을 유지했다. 

포도와 녹차 등 일부 작물은 수확량이 일반 농지 대비 120% 가량 늘어나기도 했다. 영농형 태양광 모듈이 태양 빛과 복사열로 인한 식물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생육을 도왔다는 설명이다. 폭염·폭우·태풍·혹한 등 기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이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일부 작물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화큐셀 영농형 태양광 미디어데이에서 정재학 영남대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화큐셀

절반 크기 양면모듈로 효율↑

국내 기업 가운데 영농형 전용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곳은 한화큐셀이 유일하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영남대를 비롯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실증단지에 모듈을 공급해오고 있다.

지난 2021년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이 제조한 모듈의 가장 큰 특징은 ‘양면형’에 있다. 한화큐셀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양면형 모듈을 개발했다. 직사광선 뿐만 아니라 식물에서 반사되는 태양광도 발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형 대비 모듈의 가로 폭을 67%가량 축소, 면적을 절반 크기로 줄인 것도 돋보인다. 모듈 크기를 감소해 그림자를 줄임으로써 하부 작물의 광합성량을 늘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모듈 크기는 작아졌지만 양면형 특징 덕에 효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한화큐셀의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은 기존 일반형 대비 최대 19% 발전 효율이 높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이 개발한 영농형 전용(협소형)과 일반형 태양광 모듈의 차이./자료=한화큐셀

한편 현행 국내 농지법 하에선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가 최장 8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에 제동이 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법에 따라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최장 기간인 8년이 지나면 수명이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하므로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빨리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 주요국에서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일찍이 시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농형 태양광 발상지인 일본은 10년 전인 지난 2013년에 이미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약 4000건 이상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프랑스도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 보호 시설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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