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탈 것'에 대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과 '자율 주행'이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이에 비즈워치에서는 전장과 자율주행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려한다. [편집자]
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부품업계에도 '전장(전자장치)' 열풍을 몰고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탑재되는 전자장치의 수가 많아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각각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 모듈을 무기로 전장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기, 전장 사업 미래는 MLCC와 파워인덕터
삼성전기는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IT 부품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최근 전방 IT 사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실적 둔화가 지속된 점도 삼성전기가 전장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전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에서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품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비중이 지난해 10% 수준에서 올해 21%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컴포넌트 사업부의 MLCC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삼성전기의 고민거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MLCC 매출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전장 사업마저 MLCC 중심으로 흘러간다면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파워인덕터를 '제2의 MLCC'로 키워 컴포넌트 사업부의 높은 MLCC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파워인덕터는 배터리에서 발생한 전력(파워)을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으로 변환시키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삼성전기는 파워인덕터 사업을 전장용 MLCC와 함께 전장 사업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한 대엔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많은 파워인덕터가 사용된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전방 시장 확대로 오는 2030년엔 자동차용 파워인덕터 수요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의 주력인 MLCC 외에도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 분야도 전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삼성전기는 미국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수주 확대로 삼성전기 컴포넌트·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컴포넌트 사업부와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각 64%, 66%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6%포인트,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김원택 삼성전기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전장용과 서버용 MLCC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 역시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눈'에 집중하는 LG이노텍
삼성전기가 MLCC와 파워인덕터 위주로 전장 사업에 나섰다면 LG이노텍은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 사업부를 중심으로 전장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LG이노텍이 추구하는 전장 사업 방향성은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3’에서 드러났다. LG이노텍은 당시 자율주행에 필수인 카메라 모듈과 차량 주변 환경을 스캔하는 라이다(LiDAR)센서, 차량 외부 물체의 방향과 속도 거리를 탐지하는 레이더 모듈 등 최첨단 전장부품 16종을 선보였다.
LG이노텍이 전장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장 부품 사업부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수익성 측면에선 아쉽다는 평가다. 광학솔루션 사업부와 기판사업부가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것과는 반대로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은 지난해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장 부품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도 매출 7717억원과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다시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G이노텍은 전장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019년 정철동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소수의 고객사와 거래량을 늘리는 '정예화' 작업을 오랜 기간 지속해오고 있다.
정예화는 생산성을 높여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장 부품은 사업 특성상 완성차 업체별, 자동차 모델별로 다른 제원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 탓에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는 스마트폰 부품과 달리 생산성이 떨어진다. LG이노텍은 소수 업체와의 대량 거래를 통해 부품을 소품종 대량생산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제품·고객 구조의 정예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역량 강화, 플랫폼 모델(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하는 범용성 제품) 중심의 개발 등을 통해 전장부품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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