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한화, 다시 드라이브를 걸다
2차 전지에 이어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로봇'입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한화도 로봇 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한화로보틱스'를 출범했습니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봇 사업에 너 나 할 것없이 뛰어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실 한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로봇 사업을 해왔습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협동 로봇을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못해 두산과 HD현대 등에 시장을 내준 상태입니다. 한화는 이제라도 로봇 사업에 집중 투자해 벌어진 격차를 만회하겠다는 계산입니다.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은 그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 로봇,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만든 곳입니다. 한화로보틱스의 지분은 ㈜한화가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2%를 보유하게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로봇 사업에 한화그룹의 유통 계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얼핏 보면 로봇 사업과 별반 상관이 없어 보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출자에 나선 것이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숙박·레저·식음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음식 조리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에 로봇 기술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산업용 협동 로봇 시장은 이미 앞선 주자들이 있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시장을 잡아가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커지는 로봇 시장
로봇 시장은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힙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 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 약 1조원에서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는 2025년에는 6조4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이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5년 6조88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는 협동 로봇부터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다족 보행 로봇 플랫폼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습니다. LG전자도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 로보스타 인수는 물론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 등에 투자한 상태입니다.
현재 로봇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협동 로봇입니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합니다. 협동 로봇 시장은 앞서 설명드린대로 HD현대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두 업체가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국내 협동 로봇 1위, 글로벌 5위 규모입니다.
이 시장에 한화도 뛰어든 겁니다. 다만 두산로보틱스나 HD현대로보틱스와 달리 시장 공략의 방향을 달리 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영업장에 사용할 협동 로봇을 공급하면서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한화 계열사들에는 협동 로봇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방산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선박을 건조하는 한화오션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러모로 시너지를 낼 기회가 많습니다.
왜 김동선인가
이번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한화가(家)의 셋째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본부장(전무)의 등판입니다. 김 전무는 한화로보틱스의 전략 기획부문 총괄을 담당합니다. 이는 사실상 김 전무가 한화로보틱스를 책임진다는 의미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한화로보틱스에 출자한 것도 이런 그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김 전무가 한화로보스틱스를 담당하는 것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화그룹은 방산·태양광·에너지 등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금융은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유통은 3남인 김 전무의 몫으로 분류돼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김 전무의 담당 분야인 유통 파트가 형들에 비해 확장성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그룹의 각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인 로봇 사업을 김 전무에게 맡겨 형제간 사업 규모나 내용 측면에서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무가 한화로보틱스를 통해 성과를 낸다면 한화그룹의 3대 사업 축은 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 전무 개인적으로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결국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에는 로봇 사업 확장과 더불어 김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반영돼있는 겁니다. 한화로보틱스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한화로보틱스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로봇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또 김 전무가 과연 햄버거 '파이브가이즈'에서 보여준 경영 수완을 로봇 사업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