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화학섬유 산업에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위기를 몰고 온 팬데믹은 끝났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불황의 연속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주요 기업별 생존 전략과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타이어코드, 화학 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코오롱인더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아라미드, 고부가 석유수지 위주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차전지, 우주 탐사용 소재 분야 기술 개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력사업 위기에 휘청
코오롱인더는 올 3분기 매출 1조1883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56.8% 줄어든 수준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2.2%, 66.6% 줄었다.
이는 산업자재 사업 의존도가 높은 코오롱인더의 매출구조와 관련성이 깊다. 코오롱인더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총 매출 3조7598억원 중 산업자재군에서 발생한 매출이 46.5%에 달했다. 뒤이어 패션 22.8%, 화학소재 18.6%, 필름·전자재료 9.2%, 기타 3% 순이었다.
코오롱인더의 산업자재 사업은 타이어코드와 에어백 소재, 아라미드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3분기 산업자재 부문의 영업이익은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으로 전방 수요가 위축되자 산업자재 사업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나영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재무담당 상무는 지난 8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3분기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타이어코드 등 산업자재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사업은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코오롱인더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회사 측이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아라미드다. '슈퍼섬유'라고도 불리는 아라미드는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높은 강도와 인장력을 가졌다. 또 열에 강한 특성 덕분에 500℃ 이상의 고열을 견딜 수 있다.
아라미드 시장은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5G 통신 인프라 수요 확대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거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무겁다. 이 탓에 타이어가 빠르게 마모된다. 그래서 전기차용 타이어는 기존 고무타이어에 아라미드를 보강재로 사용해 내구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아라미드는 뛰어난 인장력과 내열성 덕분에 5G 케이블을 내부에서 지지하는 보강재 역할로도 많이 사용된다.
코오롱인더는 총 2989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 아라미드 공장 생산 규모를 연 7500톤(t)에서 1만5310t 수준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 작업은 연내 마무리 될 예정으로, 내년부터는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전 수주 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인더에 따르면 현재 내년 총 생산량의 70% 정도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아라미드 뿐만 아니라 원사를 절단한 아라미드 펄프 역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유럽연합이 오는 2025년부터 자동차 배출 가스와 분진을 규제하는 '유로(EURO)7'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아라미드 펄프는 내열성과 내마모성이 우수하다는 특징 덕분에 브레이크 패드에 사용할 경우 기존 패드 대비 분진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
코오롱인더는 아라미드 펄프 수요 증가에 발맞춰 지난 5월 총 220억원을 투자하는 아라미드 펄프 라인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 증설을 마치면 이 회사의 아라미드 펄프 생산량은 1500t에서 3000t으로 두 배 늘어나게 된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라미드의 수요는 지난 2021년 기준 약 39억달러(약 5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8.5%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오롱인더의 아라미드 원사와 펄프 증설은 향후 제품 믹스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전략적 증설이라고 평가되며, 향후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 사업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약 24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 1만1000t 규모의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 Pure Monomer Resin) 생산시설을 2만1000t까지 2배 가량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PMR은 내열성과 접착성을 높인 석유수지로, 전기차용 등 고성능 타이어나 전기 케이블, 위생재 등에 특수 첨가제로 사용된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PMR 생산 설비 증설을 마치면 코오롱인더의 PMR 생산능력은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게 된다"며 "경쟁사 대비 원료 수급 안정성과 원가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스페셜티 석유수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사업 '2차전지·우주항공소재' 강화
코오롱인더는 2차전지 사업과 우주 소재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점찍고 투자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음극재 제조 기술을 보유한 '니바코퍼레이션'에 1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4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알디솔루션'에 약 45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우주 탐사선용 소재 개발도 나섰다. 코오롱인더는 지난 7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우주 자원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업무 협약에 따라 코오롱인더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자원 탐사 시 필요한 소재들을 발굴하고 오는 2032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달 착륙선용 소재 개발에 기여할 예정이다.
실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코오롱인더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8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0.29%P(포인트) 증가한 2.1%로 나타났다.
코오롱인더는 "2차전지, 우주 소재 등 산업계 전반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