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세 일몰제 기간 연장을 두고 기획재정부(기재부)와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톤세제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입장이고 해수부의 경우 해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톤세 일몰제를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톤세 일몰제는 국내 국적 선사를 보호하고 선원을 양성해 해운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해운 기업이 법인세를 영업이익이 아닌 보유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톤(t)에 따른 정률적 비율로 내도록 해 세금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5년 도입해 5년마다 재연장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올해 12월 일몰을 앞두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톤세 일몰제를 연장할 경우 선원 처우 개선과 양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 운영되는 방식으로는 해운사에만 이익이 가는 구조로 돼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조세 형평 VS 해수부, 국제표준
기재부 등 조세 당국에서는 톤세 일몰제 연장 심사를 앞두고 조세 형평을 고려해 연장을 중단하거나 재연장하더라도 기존 세율보다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톤세 일몰제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이 지적된다. 해운업계가 지난 20년 동안 영업이익의 1~2% 수준을 법인세로 내며 특혜를 받은 만큼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행 톤세제로 해운사만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해수부와 해운협회 등 해운 업계는 톤세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장을 넘어 영구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해운협회와 관련 업계는 이달 13일 이와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를 통해 업황 변화가 타업종보다 심한 해운업 특성상 톤세제 연장을 통해 선사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발생한 이익분을 신기술과 선박 확보를 위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유럽, 톤세제 이용해 '선원 양성에 박차' VS 한국, '해운사만 혜택'
유럽을 비롯한 해운 강국들은 톤세제를 이용해 선원 양성을 위해 세계 각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유럽 대표적 허브 항구인 로테르담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톤세제로 인한 세제 혜택을 선원 양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육지와 떨어진 먼바다에서 장기간 근무해야 한다는 중압감 등에 의한 선원직 기피 현상은 네덜란드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자국 선원 양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질의 선원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과 협업해 선원 양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자국 내에서도 노사정이 합심해 선원 양성 기금 마련 기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한국 톤세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해운업계의 노력 부족에서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호황기인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다가 일몰 기한과 총선이 다가오자 톤세제가 폐지될 경우 '다 죽는다'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항만에서 하역과 선적 작업을 할 수 없어 항구에 도착한 선박들이 줄지어 하역과 선적을 기다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었다. 당시 해운 운임이 치솟았다. 그로 인해 HMM을 비롯한 다른 선사들은 팬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당시 대비책과 경쟁력을 쌓지 않고 방관했다는 비판이 타 산업군과 조세 관련 당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해운업계 일부 관계자는 "2022년 HMM이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호황기에는 해운사들이 조용히 있다가 최근 불황이 시작되려고 하니 톤세제 영구화를 꺼내고 있다"며 "선원 양성과 처우 개선을 위해 재단법인 바다의품을 만들었지만, 운영조직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제 혜택만 원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교훈 국제물류협회 회장은 톤세제 관련 현 상황과 전망에 대해 "국가 세수가 부족하고 타 산업군도 다 어려운 상황에서 해운업만의 특수성을 부각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연안 해운은 유가 보조금을 주고 원양 해운은 톤세제로 혜택을 주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태까지 최대 흑자를 낼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불황기에 접어드니 톤세제를 영구화를 꺼내드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만약 톤세 일몰제를 연장한다면 선원 처우 개선과 양성에 어떻게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 명문화해야 하고, 해운업계가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기재부를 비롯한 타 산업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설명할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