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로'를 따라 들어가다보면 대규모 연구시설이 눈에 띈다. 바로 현대차그룹의 남양기술연구소다. 올해로 출범 30년차를 맞은 남양연구소. 현대차그룹 역사의 산실이다. 그간 신차와 신기술을 개발하고 최고의 상품성을 위한 담금질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27일 방문한 남양연구소 전동화시험센터는 가혹한 테스트의 현장이었다. 굉음에 가까운 '위이잉' 모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현대차그룹에서 만드는 새로운 전기차는 필히 이곳을 거쳐야 한다. 전동화시험센터는 전기차 성능을 책임지는 곳으로, 개발 중인 전기차는 이곳에서의 시험을 통과해야 양산될 수 있다.모터부터 차량까지
센터 내부로 들어가 보니 총 3곳의 시험실이 펼쳐졌다. 1축과 2축, 4축 동력계 시험실이다. 동력계 장비 개수에 따라 시험실을 나눈 것이다. 각 시험실마다 위치한 여러 장비들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시험실 입구에 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시험 데이터를 즉각 확인하기 위해서다.
1축 시험실에서는 전기 모터 시험이 한창이었다. 시험 장비는 오일펌프, 냉각수 쿨러, 배터리 시뮬레이터 등 다양했다. 이곳에서 얻은 데이터는 모터 시스템 성능 개발에 활용된다. 또한 이곳은 국가별 모터, 인버터 기준 및 요구 조건에 대한 연구 시험도 수행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용 제품 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축 시험실에서 나온 모터는 2축 시험실로 이동한다. 2축 시험실에서는 모터에 감속기, 구동축을 추가한다. 실제 주행에서 무리 없이 돌아갈지 사전점검하는 것이다. 구동축은 주행 때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시험실 한쪽에는 전자식 오일펌프도 있었다. 이를 이용해 고열로 인한 영향이나 냉각 성능을 더욱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4축 시험실. 혹독한 테스트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차량을 직접 구동한다. 이날은 아이오닉 5 차량 성능을 평가 중이었다. 평가는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됐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실제 배터리도 활용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운전석에 로봇이 앉아있었다. 이 로봇은 다양한 운전 스타일을 구사했다. 가속 페달을 주로 밟기도, 혹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가며 조작하기도 했다. 운전자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이를 모두 반영해 데이터를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로봇이 페달을 밟는 동작은 실제 운전자와 상당히 유사했다.
이날은 차속에 따른 토크, 모터 온도 등을 확인했는데 4축 시험실은 이 외에도 많은 테스트를 실시한다. 소비자가 바로 경험할 시험체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흐름을 보거나 전비도 평가한다. 경쟁사 차량을 투입해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 개방 방향을 분석하기도 한다.
동력계 시험실은 눈코 뜰 새 없다는 남양연구소에서도 가장 바빠질 곳으로 손꼽힌다. 고출력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N을 시작으로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력계 시험실은 아이오닉 5N이 도달할 수 있는 시속 260km의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을 구현한다. 해당 시험에서 얻은 데이터가 바로 고성능 전기차 개발의 단초가 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