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 사업의 기반에는 지난 66년간 LG전자가 축적해 온 제조·생산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DX(디지털전환) 등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66년 데이터·노하우 담았다
LG전자는 올 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외부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간 생산기술원은 LG그룹 계열사의 생산·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 컨설팅 △공법·장비 및 생산운영시스템 개발 △생산기술 인력 육성 등을 지원해왔다.
LG전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근간은 지난 66년간 공장 설계·구축·운영을 통해 쌓아온 제조 데이터와 노하우다. 최근 10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데이터의 양만 77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이는 4G 용량의 고화질 영화 19만7000여 편을 저장하는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성에 필요한 다양한 핵심 생산요소기술도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이 출원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관련 특허는 1000건을 넘는다.
LG전자는 이런 제조 데이터와 노하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요소기술에 AI와 DX를 연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하는 생산시스템 설계·모니터링·운영 △빅데이터 및 생성형 AI 기반 설비·공정관리, 산업안전, 품질검사 △산업용 로봇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짧은 지연이나 미세 오차까지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둔다. 생산·제조 효율성은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냉장고 생산라인에서는 13초마다 냉장고 한 대가 생산된다. 따라서 생산라인이 하루 10분만 지연되더라도 냉장고 50대 분량의 생산 차질이 생긴다. 냉장고 한 대 가격을 200만원으로 가정할 때 10분의 지연이 곧 1억원에 달하는 손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LG전자는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고객 제조 여정 전체에 걸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안한다. 특정 영역 단위의 솔루션이 아닌 종합 솔루션 차원에서 접근, 자동화·정보화·지능화 관점에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각 회사의 여건과 업(業)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공장에 대한 진단과 개선점 도출부터 투자 대비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LG전자가 경남 창원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후 생산성은 17%, 에너지효율은 30% 올라갔다. 불량 등으로 생기는 품질비용도 70% 줄었다. LG그룹 내에서는 전 세계 40여 개 지역 60여 곳에 위치한 생산기지가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바이오·F&B…고객 확대 시동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은 올해가 사업 원년에 해당하는 첫 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올해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업체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의 수주 예상 규모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주요 고객사는 이차전지 제조업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이다. 향후에는 반도체, 제약·바이오, F&B(식음료) 등 공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적극 진입,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의 계열사 외 매출 규모를 조 단위 이상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1556억 달러(약 214조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 2685억 달러(약 37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된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은 '무형자산의 사업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제품(HW)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무형(Non-HW)의 영역과 결합하는 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은 다수의 외부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 만큼 B2B 사업의 고속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B2B 사업을 '2030 미래비전'의 3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최적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고객의 제조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