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술에 대한 국회 보고 의무를 강화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전략기술의 해외 유출 리스크를 줄이자는 취지지만 방산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도체 등이 탑재된 방산물자도 전략기술 보호 대상에 포함되면서 K-방산의 수출 전략 속도가 자칫 늦어질 수 있어서다.
전략기술, 국회 보고 강화
지난 24일 발의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은 크게 2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산업부 장관은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이를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전략산업의 육성·보호를 위한 기본계획을 짤 때 국회에 보고하라는 의미다.
현행법은 국가·경제 안보에 중요한 반도체·이차전지 기술 등을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전략기술의 수출과 해외 인수·합병 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과정에 국회 보고 의무를 넣자는 것이다.
아울러 '전략기술 보유자가 전략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현행법에서 '수출' 단어를 '수출하거나 외국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출'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장안은 "현행법상 기본계획 수립 시 국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국회 차원의 확인과 감시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외국 정부가 국내 기업에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국내 전략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회는 기술의 해외 유출이나 부적절하게 활용되는 것을 사전에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방산업계 반발하는 이유
방산업계도 이 개정안의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도체와 배터리가 탑재된 방산물자도 전략기술 보호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등 방산 '빅4'는 이번 법 개정으로 방산물자 기술 유출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 중인 방산산업에 자칫 찬물을 껴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무적 대응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민감한 기술 및 전략 정보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출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개정안에서 '수출'이 '수출하거나 외국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출'로 확대되는 것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술정보 제공 승인 대상이 기존 '외국 기업'에서 '외국 정부'로까지 확대되면서 해외 수출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에서 복잡성이 커지고 지연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방산 수출 계약은 '타이밍'이 핵심으로, 해외 고객국은 신속한 계약 체결과 기술정보 교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회의 개입이 추가되면 협상과 계약 과정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계약 체결과 기술정보 제공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사업 추진 속도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회의 개입이 강화되면 계약 지연뿐만 아니라 기술정보 노출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방산 수출이라는 것은 특성상 기밀 유지와 신속성이 중요한데, 방산물자 수출 관련 내용이 국회에 보고되고 국회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면 방산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위에서도 방산물자의 국회 사전 승인 의무화가 담긴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왔으나, 방산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반발로 무산됐다"며 "국회의 통일된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