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충격의 4분기를 보냈다. 시장에서 이미 녹록지 않은 시기를 보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보다 더 악화한 성적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주요 사업 부문 대다수가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4분기가 앞으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반전 드라마를 쓰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2024 4Q '어닝쇼크'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5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8.7%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19% 줄어든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9%포인트 빠졌다.
4분기 쉽지 않은 기간은 보냈음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정도 예견됐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영역의 업황이 지난해 하반기들어 점차 악화해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예상보다 더 부진한 성적표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애초 시장에서는 매출은 77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7조원 가량을 점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를 더 밑돌았다.
이번에 발표한 실적은 시장과 투자자의 혼선 악화를 위해 발표한 잠정치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핵심 사업 영역인 DS부문(디바이스 솔루션, 반도체)과 DX(디바이스 경험, 모바일 및 가전)부문 등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는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 하락했고 DX부문의 경우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실적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핵심 사업영역 이었던 반도체 부문의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가 불황의 여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DX부문의 경우 업계의 경쟁 심화, 신제품 효과가 사라지는 기저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2025년도 '보릿고개'?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2025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시장이 HBM 상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SK하이닉스가 HBM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범용 메모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부문 체질 개선에서 성과를 내고 있긴 하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4분기 DS부문 실적 중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HBM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가 붙더라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HBM 부문에 경쟁업체에 비해 늦게 진출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이 부문의 핵심 수출이 중국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이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분야도 쉽지 않은 한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자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기는 하지만 중국을 필두로 한 경쟁사들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 지고 있어서다.
반면,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중 상당 부문이 R&D등과 같은 미래 투자를 위한 비용으로 지출됐고,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반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메모리 부문은 R&D 비용 증가,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 비메모리 부문은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안한 정국이 진정된 이후 반도체 특별법 통과될 가능성도 남아있고 달러-원 환율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 등이 당분간 이어지는 등 대외 여건이 절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 시선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