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덕이다. 영업이익률도 2년 연속 연간 두 자릿수를 달성해 내실도 다졌다. 기아는 올해 역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3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에 도전한다.
최대 판매에 사상 최고 실적 달성
기아는 지난해 매출 107조4488억원, 영업이익 12조6671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1.8%로 최고치를 달성했다. 연간 판매 대수도 308만9300대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이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4분기 매출 추정치는 26조6849억원, 영업이익은 2조8096억원이다. 최고 실적이지만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치)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4분기를 보면 매출은 27조1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글로벌 판매대수가 늘고 평균판매가격(ASP)이 5.9% 상승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기아의 4분기 도매 기준 판매대수는 총 76만9986대로 지난해 4분기(73만3155대)보다 3만6830대 늘었다. 이중 국내 판매는 14만934대로 스포티지 상품성개선(PE) 모델과 K8·카니발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어나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가 1.6%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K4·카니발 하이브리드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5.8% 증가한 62만9051대를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2% 늘어난 2조7164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0%로 2022년 4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넘었다. 4분기 영업이익을 구체적으로 보면 주요 시장별 경쟁 심화로 인해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이 전년 동기 대비 4900억원 증가했고,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원화 환산 과정에서 4200억원의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일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재료비도 1400억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북미·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판매 호조와 우호적 환율 효과 등이 이를 상쇄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평균 수익성 추정치인 6% 대비 월등하게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산업 내 기아의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과 이익 창출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신차 계획 多…전기차 대중화 속도
기아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로 도매판매 321만6000대를 내세웠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4.1% 증가한 수준이다. 또 연간 매출 목표는 4.7% 증가한 112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 목표는 12조4000억원, 영업이익률도 11%를 제시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제품 믹스·ASP 개선에 따른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에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올해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2600억원가량 적고, 영업이익률은 0.8%P(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특히 이날 기아는 신차 출시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컨콜에서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도매 판매 4% 성장 목표에 대해 의구심이 있을 수 있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을 깰만한 대중화된 전기차도 준비하고 있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최근 인도에서 전략모델인 시로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기아의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 출시도 예정돼 있다. 또 세단형 전기차 EV4를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하고 준중형 SUV EV5를 국내 출시해 '대중화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 전무는 "차 산업에 큰 성장이 없다지만 올해 기아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며 "차별화된 판매로 수익성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확대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북미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지 않아 인센티브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차 출시 없는 미국에서는 인센티브를 통해 판매 늘리고, 신차 출시하는 일반 지역에서는 인센티브의 큰 증가 없이 판매를 늘려 3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