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최우선 사업 과제로 재무 건전성 강화를 꼽았다. 들쭉날쭉한 미국 관세 정책 변화로 전기차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다. 전기차 배터리 감소분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컨퍼런스콜에서 이창실 부사장(CFO)은 "재무 건전성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 부채비율은 99%로 작년 3월(85%)보다 증가했다. 아직 적정선(200%)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증가 추세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순차입금비율은 작년 3월 28%에서 올 3월 45%로 상승하며 적정선(20%)를 넘어섰다.
이 부사장은 "올해 케펙스(Capex, 설비 투자) 투자는 전년대비 30% 이상 낮게 운영하고, 당분간 신규 공장을 증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케펙스를 2024년(13조원)보다 20~30%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석달 만에 '30% 이상'으로 더 줄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케펙스는 3조14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7.2% 줄었다.
이 부사장은 "미국의 둘쭉날쭉한 관세 정책 변화로 자동차 OEM업체가 재고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올 2분기 매출은 전분기대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재욱 상무(기획관리담당)는 "관세 등 대외 변동성으로 고객사가 재고를 보수적으로 운영해, 공장이 낮은 가동률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가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도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선을 그었다. 장승권 전무(재무그룹장)는 "올해 케팩스가 감축된 상황으로,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며 "유연하게 자금조달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ESS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정경환 상무(경영전략담당)는 "미국 관세로 탈중국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산 ESS의 북미 진출이 불가능해졌다"며 "미국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상무(제조DX그룹장)는 "전력망 신규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추가 성장기회가 확대되며, 전력용 ESS 시장은 매년 20%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현지에서 ESS 협력 니즈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