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합산 영업이익 25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최대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이하 CXMT)가 대규모 기업공개(IPO)와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대규모 설비 투자·장기공급계약(LTA)을 앞세워 기술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빅3' 틈 파고든 중국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8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사 이익의 99.7%를 책임졌다. DS부문 영업이익률은 70%에 달했다. 증권업계는 D램 사업만 놓고 보면 80%를 웃도는 수익성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245조원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양사의 실적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메모리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9%로 1위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26%로 2위, 마이크론은 25%로 뒤를 이으며 양사 간 격차를 1%포인트까지 좁혔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HBM 판매 확대에 힘입어 선두를 지켰고, SK하이닉스는 HBM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 탓에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CXMT는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2분기 7%로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세계 4위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해 첫 거래일 시가총액 3조2800억위안(약 708조원)을 기록하며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 신규 12인치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와 자금 조달 방안을 협의 중이며 일부 국유기업도 투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허페이와 베이징에서 메모리 공장 3곳을 운영 중인 CXMT는 신규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월 생산능력이 현재의 2배인 60만장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HBM은 한국, 범용 D램은 중국?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지만 AI 메모리 경쟁의 핵심인 HBM과 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년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BM4 양산과 차세대 HBM4E·HBM5 개발은 물론 고난도 패키징·고객 인증·대량 양산 수율 등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도 중국의 기술 고도화를 늦추는 변수로 꼽힌다.
양사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만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인 16조원을 투입했고, 시설투자도 16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HBM4E 등 차세대 메모리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 테일러 공장과 선단 공정 투자도 이어간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설비투자를 40조원 후반대로 늘리고 HBM5와 차세대 적층 기술인 'iHBM'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M15X와 용인 신공장 투자도 앞당길 계획이다.
LTA도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생산능력의 60~70% 수준을 장기공급계약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와 5년 안팎의 장기계약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장기공급계약이 빅테크 고객 물량을 선점하고 후발 업체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시장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기술 수준과 최종 제품 경쟁력을 감안하면 중국 CXMT가 당장 국내 업체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첨단 메모리 분야는 첨단 장비 확보가 가장 큰 변수인 만큼 기술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AI 확산에 따른 시장 재편은 변수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시장이 첨단 제품과 범용 제품으로 점차 양분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은 HBM 등 고부가 메모리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을 앞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능력 확보 경쟁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력과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시장을 지키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기공급계약 확대도 AI 메모리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국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