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잇따라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 4일 건물관리 사업부문을 에스원에 4800억 원에 매각하고, 식자재 사업부문은 떼어내 삼성웰스토리(가칭)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에는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1조500억 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증권가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구조 개편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신호탄 ▲경제민주화 관련 법 회피 수단 등이다.
◇ "공정거래법·증여세법 피하자"
5일 박성호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현 정부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과 상속 및 증여세법이다.
우선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30%를 넘으면, 총수 일가에 증여세를 물린다. 작년 기준 삼성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매출비중은 47.2%.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선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가 적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가져오는 대신 내부거래가 많은 건물관리 사업부를 떼어냈다는 분석이다. 47.2%에 이르는 삼성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4.6%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물적분할되는 식자재 사업부문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부다. 삼성웰스토리 지분을 총수 일가 지분이 30% 미만(비상장기업은 20%)인 계열사로 매각할 경우, 공정거래법상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내년 2월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총수 일가가 발행주식의 30% 이상(비상장사 20%)을 소유한 계열회사다.
박 애널리스트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웰스토리의 지분 20~50%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계열사로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 개편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 호텔신라 주가가 4.3% 오른 것에 대해 “호텔신라가 삼성웰스토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자료 하이투자증권) |
◇ "지배 구조 변화 신호탄"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구조 개편에 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 구조 변환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캐시카우로 키우고, 건물관리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선 현금을 챙길 수 있어 향후 지배 구조 변화에 따른 자금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이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애널리스트는 지배 구조 변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대부분의 삼성그룹 계열사를 나누어서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제일모직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이슈 등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