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괜찮나?
14일 오후 현대건설 주가는 5.1% 급락했다. 현대건설이 이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대주주는 현대건설(72.5%)이고, 현대엠코의 단일 최대주주는 정의선(25.1%) 부회장이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의 황태자 정 부회장의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시장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하고 있다. 현대건설에 불리한 합병비율과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현대엠코에 집중될 것이란 점이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현재 75%에서 합병후 40~43%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합병시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엠코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현대엔지니어링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통합법인 지분율이 50% 이하가 되고, 정의선 부회장과 현대모비스 등이 통합법인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후 합병법인에 대한 현대건설의 지분율이 42~43%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사실상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로서 권한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합병 후 상장 가능성이 높아져 현대건설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현대엠코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될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건설부문 무게 중심이 합병법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관계사 수주물량은 연간 신규수주의 1.4%에 불과하다”며 “현대엠코는 현대건설과 규모에서 격차가 크고, 지향하는 사업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엠코는 토목과 건축을 현대건설을 해외 플랜트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 꿩(세금) 먹고 알(경영권) 먹고
전문가들은 합병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해석했다. 일감몰아주기 피하기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금 확보다. 윤석모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은 단기적으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확보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개정 공정거래법(2월 시행)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을 부과한다. 윤 애널리스트는 “현대엠코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35.06%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 20%이하로 낮아질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또 세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과세를 줄일 수 있다. 세법 개정안은 올해부터 계열사 매출비중 15%이상(기존 30%)인 경우 증여 과세한다. 윤 애널리스트는 “현대엠코의 계열사 매출비중은 64.1%(2012년 기준)로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 시 37.6%로 낮아지고, 세법기준상의 계열사 매출비중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 목적은 경영권 승계 재원 확보다. 현재 현대차그룹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6%(5조원)이 필요하다. 윤 애널리스트는 “정부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31.88%(2조7000억원)과 현대엠코 25.06%(5000억원)로는 부족하다”며 “현대엠코의 가치를 높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확보”라고 분석했다.
윤석모 애널리스트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후 직상장이나 현대건설을 통한 우회상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