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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④다음, 제주愛 빠지다

  • 2014.05.27(화) 07:27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다음 제주 10년..수평적 기업문화와 맞물려 시너지
여유가 몰입도 높여..기업 넘어 지역사회 행복으로

2004년 봄. 한 인터넷 기업이 본사를 제주로 옮기겠다고 선언하며 한라산 기슭에 사무실을 차렸다. 제주시 애월읍의 작은 펜션은 16명이 일하는 연구소로 변신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자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최첨단 인터넷 기업을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이 기업은 제주도에 벌써 두번째 사옥을 짓고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직원들의 만족도와 그에 따른 가시적인 결과물들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이 제주 이전 10년을 맞았다. 다음은 그간 성공적인 기업문화 사례로 끝없이 회자됐는데 그 이면엔 제주도 이전이라는 큰 실험이 있었다. 10년간의 성과는 눈부셨고 과실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주와 다음의 기업문화가 만나면서 직원들에겐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행복을 선사했다.

 

다음의 제주 프로젝트 시발점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한 다음에게는 창의성과 소통을 높일 수 있는 더 효율적인 업무 환경이 필요했다. 도시의 숨막히는 환경은 정보기술(IT) 기업에게 생명과 같은 업무 효율과 창의성을 저해했다.

 

2004년 봄, 16명이 선발대로 임시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고 2006년 2월 미디어센터가 완공되면서 직원수가 130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에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신축사옥을 지었고, 지난해엔 2차 사옥인 '스페이스닷투'를 착공해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스페이스닷투 입주가 끝나면 제주에는 1200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 10명중 9명 '제주에 만족한다'

 

제주 이전 후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직원들은 한라산과 오름, 푸른 바다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회사에선 자기 이름으로 된 텃밭도 가꾼다. 갑갑한 공간을 벗어나니 생각의 틀도 넓어졌다. 일과 삶이 모두 즐거워지자 업무 몰입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다음의 제주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제주에서는 다음의 주요 서비스인 아고라와 TV팟이 탄생했다. 창의적인 근무환경이 빚어낸 결과다.

 

한 다음 직원은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길고 삶을 즐길 여유가 없었지만 제주로 오니 불필요한 시간이 확 줄어들면서 가족과 여가를 즐길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음이 지난해 제주 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직원이 91.3%에 달했다.

 

서울이 연고인 직원에게 제주 이전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초기엔 제주에 왔다가 서울로 U턴하거나 아예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업무공간이 제주와 서울로 분리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다음은 물심양면으로 직원들의 정착에 팔을 걷어붙였다. 항공료는 물론 주거비용 지원으로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줬다. 다행히 10년새 이직률은 크게 줄었고 제주 근무를 자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제주 생활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 준다. 노사간 자율협의체인 인사위원회에서는 제주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다음의 고용인원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며 매출액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4년 183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매년 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5000억원을 돌파했다.

 

▲ 다음 제주 근무직원들의 생활만족도(출처:제주발전연구원)

 

▲ 다음의 제주이전 효과. 다음 직원(우축, 자회사 제외)과 매출액 변화(좌축)(출처:다음 자료)

 

◇ 제주에 행복을 주는 다음 

 

제주의 자연이 가져다 주는 여유와 행복을 떠나 다음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상당하다. 새 사옥 스페이스닷투에는 180여명의 직원 자녀들을 보살필 수 있는 친환경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음은 3년마다 휴가비와 함께 안식휴가를 준다. 3년차 때 10일의 휴가를 시작으로 9년차에는 무려 두달여의 휴가가 주어진다.

 

사람 중시 경영과 수평적인 기업문화도 신선하다. 다음에 입사한 신입직원들이 가장 어색해 하는 문화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사원까지 그저 '님'이라는 호칭만 쓴다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 소통을 키우는 힘이 된다.

 

다음의 제주 이전은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근 제주발전연구원은 다음이 제주 경제에 미친 효과를 연구했다. 금액으로 환산해보니 무려 1890억원. 생산유발효과도 1042억원에 달했다. 다음이 지역 인력을 채용하고, 다음 직원의 소비지출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특히 다음이 옮겨온 후 제주의 기업유치활동은 한층 강화됐고 다수의 기업들이 제주로 이전하면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를 중심으로 사옥과 공장이 활발하게 건립되고 있다. 다음이 눈덩이가 점점 커지는 스노우볼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다음의 기업문화는 다음을 택한 직원은 물론 다음과 상관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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