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멜로파크 = 안준형 기자] 지난 20일 오후 2시20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멜로파크(Menlo Park)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의 한 사무실. 이미 30분 전 점심시간은 끝났지만 사무실은 한산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빈자리의 컴퓨터 모니터는 꺼져 있다. 마치 퇴근 시간대의 사무실 같다.
같은 시각. ‘해커 스퀘어’는 생기가 넘쳤다. ‘해커 스퀘어’는 9개의 페이스북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는 100미터 정도의 거리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 에어북을 보거나, 2~3명씩 앉아 식당에서 가져온 샐러리 등 음식을 먹고 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 본사 바닥에 그려진 지형도. 10번부터 18번까지 총 9개의 건물이 2열로 줄지어 있고, 그 가운데 길이 직원들의 복지 시설이 들어선 '해커 스퀘어'다. |
‘근무 시간에 왜 직원들이 사무실에 없느냐’는 질문에 쿠미코 히다카 페이스북 매니저(홍보팀)는 “오늘 날씨가 좋기 때문”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이날 최고 온도는 20도. 거리엔 에어컨을 켜 놓은 듯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노는 것은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이들은 일벌레다. 히다카 매니저는 “함께 피자를 먹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커피를 들고 산책하며 회의를 하고 있다”며 “꼭 회의실에서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페이스북 방문에 동행한 한 국내 대기업 현지 지사 직원은 “페이스북 직원들이 삼성보다 더 일을 많이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국 출신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페이스북에선 모두 미친 듯이 일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페이스북의 해커톤 현장(사진제공=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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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들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해커톤(Hackathon)이 대표적이다. 해커톤은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3~5명이 한팀을 이뤄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벌이는 마라톤 회의를 말한다.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후 7시에야 끝난다. 꼬박 24시간. 길게는 2박3일도 걸린다. 주제는 제한이 없다. 서버를 어떤 식으로 쌓을지, 페이스북 기능에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 장기 비전은 무엇인지 등 무궁무진하다.
7년째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있는 페드럼 케야니(Pedram Keyani, 사진 왼쪽) 엔지니어링 디렉터 (Engineering Director)는 “해커톤 성과가 나쁘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도, 성과가 좋다고 바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아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가 필요하다”며 “실패를 공개해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심장 '해커 스퀘어'
페이스북이 팰러앨토로 이사 온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원래 이 건물의 주인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였다. 페이스북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옛 간판을 활용해 페이스북의 상징인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좋아요' 그림 간판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본사 정문 앞에 설치한 '좋아요' 간판.(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 뒷쪽엔 이 건물의 예전 주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다. |
페이스북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이 건물을 리모델링, ‘해커 스퀘어’를 만들었다. 일식부터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각종 식당이 들어섰고, 오락실·자전거 수리점·이발소 등도 지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는 요가·킥복싱 등 40개 강의를 진행하고, 각 건물에는 직원들을 위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본사의 '오락실'에서 한 직원이 전자 게임을 하고 있다. |
‘해커 스퀘어’는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공간만은 아니다. 매주 금요일 이곳에서는 전직원이 모여 1시간 동안 회의를 벌인다.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참석한다. 10분간 마크 저커버그가 이야기하고, 나머지 50분은 직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붓는다. 최근의 인수합병(M&A), 새롭게 시작한 서비스 등 주제는 다양하다. 직원들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페드럼 케야니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아주 어려운 질문이 쏟아진다”며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문화”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본사에 그려진 벽화. 페이스북 측은 "현지 예술인이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