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국(國)", "계란은 꼭 한 바구니에 담아라"
저금리로 국내에서도 해외투자가 붐이다. 워렌 버핏 등 내로라하는 투자 귀재들은 항상 '절대 모르는 곳엔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과 인터넷으론 한계가 있다.
투자할 나라를 일일이 가보고 투자 결정을 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웬만큼 돈이 없고선 사전탐색에 투자금을 모두 소진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계일주를 통해 본인이 투자할 국가를 직접 돌아다닌 투자 고수가 있다. '월가의 전설', '상품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다.
로저스가 올 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도 그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최근 한국을 유독 자주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로저스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지대하지만 그가 한국에 대해 갖는 관심도 크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오는 18일과 19일 서울과 인천을 넘나들며 비즈니스워치 국제 경제 세미나 시즌3와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2014에서 연이어 강연에 나선다.
최근 국내에서 부는 통일 투자 바람에는 로저스의 전망이 큰 몫을 했다. 이제 막 부각된 시점에서 그의 조언은 어느 때보다 관심을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을 눈앞에 뒀다. 본격적엔 중국 채권 투자 길도 열린다. 일찌감치 중국의 가능성을 예언한 로저스가 위안화 허브로서의 한국에 대해 내릴 평가도 관심을 모은다.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로저스만의 투자철학을 소개한다.
◇ 세계일주로 직접 보고 투자
여느 투자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로저스 회장에게는 여러 수식이 따라다니지만 유독 더 튀는 별명이 있다. '금융계의 인디애나존스'다. 쉴 새 없이 모험을 즐기며 위기와 기회를 넘나드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로저스는 직접 오토바이와 차를 몰고 세계를 일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세계일주를 떠난 것은 눈요기가 아닌 직접 그 나라의 정치와 사회, 경제상황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로저스도 월가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단순히 앉아서 정보를 습득했다. 하지만 큰 돈을 벌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세계일주를 떠났다. 이를 통해 진짜 바닥에 놓여 있는 곳을 찾아 일찌감치 투자할 수 있었다.
길 위에서 얻은 투자 혜안은 남들과 다른 시각과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국경을 통과하면서 만나는 공무원부터 상인과 술집 주인, 암시장 중개인, 심지어 매춘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접하며 각 나라의 실체를 가늠했다. 로저스는 21세기가 아시아의 것이 될 것이라 단언하고 상품투자와 농업의 잠재적인 매력을 이야기한다. 일찌감치 중국의 가능성을 예견한 것도 그다.
수백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선 그이지만 그가 평소 물쓰듯 헤프게 돈을 쓴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짠돌이'였고 사업 윤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대신 정말 값어치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 돈을 아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 분산투자는 어리석은 짓? "소신 갖고 집중하라"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의 정석이다. 그러나 로저스는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담으면 결코 기회를 잡기 힘들다고 말한다. 모두 수익이 나면 좋겠지만 이익과 손실이 엇갈리며 크게 남을 게 없다는 얘기다.
대신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좋은 종목을 몇 개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달린다. 확신과 소신 있는 투자다. 남들이 좋다는 것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닌 집요한 연구와 나만의 관점으로 투자처를 택해야 한다.
평소 그는 "기업 연례보고서를 읽으면 상위 2% 투자자가 될 수 있고 제무재표 주석까지 챙겨보면 상위 0.5%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저서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록히드 주식을 살 때 남들이 비웃었지만 수백배가 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저스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조롱하거나 비웃는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개 대중과 다른 길을 간 사람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4200%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퀀텀펀드의 성공비결 역시 통념을 거스른 투자였다.
◇ 통일과 위안화 투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다
국내에서 짐 로저스의 존재감은 다른 투자 고수들과 엇비슷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특별해졌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통일' 발언 때문이다.
그의 올해 발간된 가장 저서에서 마지막 투자팁으로 통일된 한국이 평소 그가 극찬했던 중국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은 중국처럼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보유하면서 아직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진 적이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까지 더해진다면 한국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로저스는 한반도가 5년안에 통일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실제 5년 후가 궁금해진다.
북한과 함께 그가 항시 중시하는 투자처는 중국이다. 최근 중국 경제나 증시에 대한 우려가 부쩍 커졌지만 로저사는 여전히 중국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오히려 중국 증시 부진에도 불구,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이미 거액의 위안화 자산을 샀다며 위안화가 달러를 결국 대체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한국은 시진핑 중국 주석 방문 후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합의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의 기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한국에 대한 로저스의 평가와 조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기대되는 시점이다.
◆ 짐 로저스는
1972년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해 4200%라는 경이적인 누적수익률을 거둔다. 백만장자가 된 후 3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고 오토바이 세계일주를 떠났다. 로저스는 22개월간 6대륙 51개국을 돌아다녔고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란 수식이 추가됐다. 그의 여정은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저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세계일주는 계속됐다. 배우자와 함께 더 길고 먼 여행을 떠난다. 116개국을 돌았고 30개의 내전국가가 포함됐다. 두번째 여정은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책으로 전해졌다.
로저스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투자할 시장과 종목을 고른다. 그의 선택은 대부분 적중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와 유로존 붕괴도 정확히 예측했고 한발 앞서 움직여 큰 돈을 벌었다. 일찌감치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견한 그는 두 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사했다. 고희가 넘는 나이에도 다양한 방송출연과 강연, 저술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