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은 대박(Jackpot)이고 노다지(Bonanza)다. 통일이 한국을 더 흥미진진한 나라로 만들 것이다. 남한은 물론 북한도 이미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 통일이 되면 큰 돈을 투자할 생각이다."
'북한'이란 단어를 꺼내자마자 짐 로저스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화기 너머로 확신에 찬 그의 표정의 한눈에 그려졌다.
오는 18~20일 예정된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2014>와 <비즈니스워치 국제 경제 세미나 시즌3 > 연사로 낙점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통일과 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해 미리 얘기를 나눠봤다. 그에 따르면 통일은 생각보다 꽤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로저스는 북한 투자에 열광하고 통일이 5년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통일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서도 쉽게 점치기 힘든 통일 시기를 5년으로 앞당겨 본 이유를 가장 먼저 물었다. 로저스는 북한이 이미 빠른 속도로 개방 중이며 외국인들이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넘나들고 북한 역시 과거보다 교류에 적극적인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주 북한에 있었다"며 "북한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로저스는 세계일주를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투자할 나라를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저스는 이미 북한에 투자할 방법을 모색해왔고 경매에서 북한 주화 등을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던 변화를 발견하면서 통일의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합법적으로 북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통일 후 한국은 10~2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또 생필품부터 인프라 등 북한에 팔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모든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저스는 최근 한국 정부가 '초이노믹스'로 대변되는 경제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당 활성화 역시 한국 주식시장을 사상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에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로저스는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아시아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아시아가 개방을 늘리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며 통일된 한국이 아시아 통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밖에 그간 언급했던 대로 중국 주식과 위안화에 대해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금 투자는 현재 보류 중이며 농업 투자가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종국엔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가 맞을 수 있다는 평소 입에 바른 일침도 잊지 않았다.
한편, 로저스는 오는 18일 비즈니스워치 국제 경제세미나 시즌 3에서 '위안화의 부상과 통일 한국의 미래'에 대해 강연한다. 연이어 19일 열리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2014의 기조연설과 패널토론자로 나서 통일과 아시아통합에 대한 혜안을 들려줄 예정이다.
다음은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북한도 투자유치 적극적..통일 원한다
-북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투자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현재로선 미국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법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빠르게 개방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1980년대 중국이나 2011년의 미얀마를 상기시킨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흥미진진하다.
-그간 통일이 5년 안에 될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너무 빨라 보이는데 특별히 '5년'으로 점치는 이유가 있나.
▲이미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보면 흥분된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개방을 하고 있다. 나진·선봉 등 자유무역지대가 존재하고 중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국경을 넘나든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3년 전, 5년 전에 없던 일이다. 교류를 통해 북한은 통일을 더 원하게 됐다. 북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이미 통일이 있다. 그들은 준비가 돼 있다. 한국도 통일을 준비한다. 모든 것이 함께 다가오고 있다.
통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나진 않겠지만 1985년 독일을 떠올려보자. 당시에도 누군가 (나처럼) 동독과 서독이 5년 안에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을 수 있다. 아마도 당신은 그들을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1989년 독일은 빠르게 통일을 이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남북통일이 가능하고 결국 통일이 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남과 북의 변화를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통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은 한국인 모두에게는 환상적일 것이다. 미국을 제외하곤 통일을 반대하는 곳은 없다. 한국마저도 변화를 시작했다. -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투자 측면에서 북한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지난주 북한에 있었고 북한 정부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투자를 하고 있다. 남북한이 모두 오랫동안 서로를 향해 폐쇄됐지만 변하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이고 일부 위험할 순 있겠지만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북한이 분단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적, 정치적인 간극이 굉장히 커졌다. 통일이 되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통일이 된 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다. 같은 언어를 갖고 있고 북한 사람들은 한국의 DVD를 구해서 본다. 북한 사람들은 이미 남한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있다. 독일 역시 통일이 된 후 빠르게 서로를 배워갔다. 남과 북은 같은 언어와 젓가락을 쓰고 같은 방식으로 고기도 구워먹지 않나.
◇ 통일 한국은 '노다지'..모든 산업 수혜
-통일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에 투자할 건가.
▲통일된 한국에 많은 돈을 투자할거다. 그래야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다. 통일 한국에 투자를 한다면 정말 '대박', '노다지'가 될 것이다. 통일 후 10~2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의 통일 과정을 예상해줄 수 있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독일과 헝가리 등 유럽에서 이를 목도했다. 아마도 매우 놀라운 무엇인가 일어나지 않을까. 비무장지대(DMZ)를 왜 개방하지 않는지 모르지만 만약 개방이 된다면 가까이 가보고 싶다. (북한이 국경과 맞닿은) 중국과 러시아도 일부 역할을 하지 않을까. 내가 어떤 제안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 누가 알겠나.
-통일이 된다면 한국의 어떤 산업, 어떤 기업들에 수혜를 입을까. 특별히 눈여겨보는 것들이 있나.
▲통일을 통해 이익을 얻는 모든 산업과 기업이 해당된다. 북한에는 아무것도 없다. 식탁보, 비누, 전기, 컴퓨터, 고속도로까지. 어떤 기업이든 물건을 만들어 북한에 팔 수 있다. 그들도 이런 것들을 원하고 있다.
-북한과 미얀마를 강조해왔는데 어디가 더 나은 선택일까.
▲북한이다. 미얀마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고 북한은 바닥에 있기 때문이다.
◇ 韓주식, 통일돼야 매력적..배당확대 긍정적
-평소 큰 돈을 벌려면 분산투자를 하지 말라고 강조해왔는데. 지금 투자를 집중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이유도 알려달라.
▲당신이 노력을 기울여서 정말 돈이 될 만한 것을 찾는다면 큰 돈을 벌 것이고 실수를 한다면 많은 돈을 잃을 것이다. 투자처를 찾는 가장 최상의 방법은 바로 당신이 많이 알고 있는 것에서 찾는 거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고 하나에 집중된 투자가 가능해진다. 내 말을 듣지 말고 TV나 신문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마라. 스스로 찾아서 그곳에 투자해라.
-주식에는 잘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투자하고 있는 주식이 있나.
▲주식에 투자한다. 내가 투자하고 싶고, 현재 투자를 직접 하고 있는 곳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다. 전세계 어느 곳이든 새로운 투자처를 항상 찾고 있다.
-최근 한국은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내수부양에 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가를 내려줄 수 있나.
▲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변화를 주시하고 있고 미래에 한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투자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최고치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회를 보고 있다.
-정부는 기업 배당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배당을 늘리는 것은) 한국은 물론 주식시장에 매우 좋다. 만약 배당이 실제로 늘어난다면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최고치로 오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에 조언을 들려준다면
▲통일이다. 통일이 한국을 더 흥미진진한 나라로 만들 거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통일된 한국이 개방을 지속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문을 더 열수록 미래는 좋아진다.
◇ 중국·농산물 투자 여전히 유망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서도 전망해달라. 위안화의 미래도 궁금하다.
▲중국 주식시장에는 현재 소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등은 여전히 문제다. 하지만 11월중 베이징 등에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중국이 향후 20년동안 집중할 곳을 결정했고 그 곳의 주식들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왔다. 위안화와 관련해서는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더 많이 매수할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금 등 상품투자 열풍이 예전같지 않다.
▲나 역시 금을 현재 사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금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고 향후 2년 안에 금을 매수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 대신 농업에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망할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에 대한 장단기 전망을 들려준다면.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돈을 찍어내고 있다. 당장 유동성을 누리는 이들은 좋겠지만 세계 경제 전체에는 문제다. 인위적인 유동성이 끝나면 매우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다. 물론 2~3년안에 올 것으로 보진 않는다. 하지만 돈 찍기가 계속되면 부채는 계속 더 커질 것이고 결국엔 미래에 매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 아시아 통합에도 통일 중요..韓역할 더 커질 것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2014 주제는 아시아 통합이다.
▲아시아가 국경과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방할 수록 전 세계가 좋아진다. 아시아는 21세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곳이다. 아메리카는 19세기에 개방됐고 모든 시장을 열어 성공을 거뒀고 전 세계가 모두 혜택을 봤다. 아시아의 개방 성과는 더 나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 통합이란 주체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개방된 시장과 자유무역이 가장 중요하다.
-유럽연합(EU)과 같은 아시아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아시아 경제허브로서 한국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아시아는 자유시장이다. EU의 가장 좋은 점도 바로 개방된 시장이란 점이고 투자유치가 EU에도 매우 좋았다. 아시아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EU처럼 개방된 아시아 시장은 아시아와 전세계에 모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이 통일이 된다면 모든 나라들이 통일된 한국과 거래하려들거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통일이 된 후에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초에도 책을 냈는데 새로운 책에 대한 계획이 있나.
▲더이상 책을 쓸 계획은 없다. 이미 여섯 권의 책을 냈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니까. (과거에도) 어떤 책을 쓸지 계획을 세워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