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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노벨경제학상 탐구]①낯선 인물, 익숙한 주제

  • 2014.10.18(토) 09:57

산업조직론 대가 장 티롤, 포괄적 독과점 규제 틀 제시
산업별 특성 고려해..단일 독과점 규제의 부작용도 감안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은 프랑스 경제학자 장 티롤 틀루즈대 교수로 낙점됐다. 티롤 교수는 독과점 기업에 대한 규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산업별로 다양한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봤고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기업들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기존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인터넷 기업이 발달하고 재벌기업 위주인 한국에게도 그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노벨위원회가 주목한 티롤 교수의 핵심이론을 살펴봤다[편집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티롤 교수가 발표되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낯설다는 반응이 먼저였다. 티롤 교수는 폴 크루그먼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대중적인 경제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간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거론됐다. 가장 인용이 많이 되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도 꼽힌다.

 

무엇보다 티롤 교수의 연구주제만큼은 과거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의 추상적인 이론들보다는 일반인들에게 훨씬 익숙하다. 누구나 기업의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는 알고, 한국 기업들도 항시 대내외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 상당히 대중적이고 실제 세상에 기반하는 셈이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시기에 원했던 툴(tool)을 제공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 독과점 규제에 게임이론을 접목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론의 대가다. 미국 경영대학에서는 1980년대 티롤 교수가 저술한 산업조직론을 아직까지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산업조직론은 산업구조와 기업 사이의 경쟁을 다루는 경제학 분야로 미시경제학의 꽃으로 불린다. 기업의 부당행위나 대기업의 독과점 등이 주요 관심사다. 티롤은 독과점 기업 규제의 방법론에 주목했다. 

 

자본주의 초기만해도 약소기업이 시장에서 자율 경쟁으로 도태하고 대기업만이 생존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완전 경쟁과 독점은 일종의 선(善)이었다. 그러나 독과점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노출하면서 규제와 조정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물론 티롤 교수 이전에도 독과점 규제에 대한 이론은 존재했다. 아담 스미스만 해도 국부론에서 기업 독과점과 카르텔 남용에 반대했다. 그러나 티롤 교수만큼 산업조직론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없었다. 또 게임이론과 계약이론 등을 도입해 독과점 규제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풀어냈다.

 

게임이론은 상대방의 대응을 고려해 자신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계약이론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어떻게 계약이 성사되는지에 대한 연구다.

 

◇ 맞춤형 규제의 틀을 제시하다

 

기업들은 경쟁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행동에 대응하면서 이윤 극대화에 나선다. 티롤 교수는 게임이론 등을 활용해 규제를 하는 당국과 규제를 받은 기업의 행동 변화를 통해 과연 어떤 정책이 바림직한지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은행부터 통신사까지 독과점 산업과 기업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산업별로 적용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일종의 산업별, 기업별 모델을 만들어 정책당국 입장에서 수월한 규제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정책당국이 독과점 기업 규제에 나설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들의 비용이나 가격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것이다. 티롤 교수의 연구는 각 산업이 어떻게 구성되고 기업들이 어떤 경쟁체제 하에 있으며 정부 규제의 강도에 이르가까지 다양한 산업조직의 특성을 제시했다. 규제당국이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지식 없이도 충분히 규제를 적용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금융이나 통신분야의 독과점 규제나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 등을 둘러싸고 티롤 교수의 이론이 주목받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티롤의 연구는 정부가 규제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대기업들이 최대의 사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초중반해도 기업 독과점과 규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분석한 이는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드라이버 공구 하나만으로 모든 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길 원했다. 하지만 티롤은 우리에게 드라이버뿐 아니라 집게와 망치와 다양한 공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줬고, 이런 공구를 쓸 때 알아야할 설명서까지 제공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경제과학상 위원회 토스텐 퍼슨 

 

"티롤의 독과점 규제에 관한 연구는 최근 20년간 가격와 비가격 규제 모든 면에서 거의 영향을 줬다" 게임이론 경제학자 조슈아 겐즈 

 

◇ 독과점 기업 규제의 부작용도 주시

 

티롤 교수가 규제당국에게 손쉬운 툴을 제공해준 것은 맞지만 독과점 기업에 대한 규제 자체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독과점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규제의 당위성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았다.

 

독과점 기업은 산업을 독점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고 소규모 경쟁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항시 존재한다. 하지만 티롤은 약자로 비치는 이들이 독과점 기업으로 인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독과점을 통한 비용 감소가 이익을 창출하고, 때론 담합이 특허권 사용 등의 협력을 통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티롤 교수는 규제당국이 독과점 기업 규제를 위해 '약탈가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약탈가격은 기업이 가격을 아주 낮게 책정해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낸 뒤 다시 가격을 올려 손실을 회복하는 가격정책이다.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비용을 낮춰 상품 가격을 내릴 수 있는데도 오히려 약탈가격 방지를 위해 설정한 가격 상한선이 유지되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산업별 특성이 고려된 맞춤형 규제를 제안한 것은 단순히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독과점 기업에 대한 단일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잘못된 독과점 규제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함께 조언한 것이다.


티롤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규제가 성장을 제한하고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더 나은 규제를 모색하기 위핸 원칙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마로 우리 경제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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