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들이 올들어 비상(飛上)하고 있다. 그간 증권시장 침체로 짓눌렸던 '한풀이'를 하는 모양새다.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실적이 큰 폭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반한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주들에 대한 이익 전망과 투자의견을 너도나도 높여잡고 있기까지 하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올 1분기 합산 순이익은 기존 추정치를 수십%까지 웃돌고, 현 분위기라면 2분기에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증권주들이 단기간 쉼 없이 내달린터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올 1Q 순이익 60% 넘게 뛸 듯
올해 1분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업종은 단연 증권업종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증권업 지수 상승률은 41.6%에 달한다. 지난주에만 14% 가까이 올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키움증권과 64%, 메리츠증권이 54% 치솟았고 대우증권(42%), NH투자증권(48%), 한국금융지주(35%) 등 대형 증권사들의 상승세도 눈부시다.
주가가 오른데는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즉각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금리 하락으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이 급증하고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위탁매매 부분도 크게 호전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이익전망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일부 증권사들이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한데 이어 6일 한국투자증권은 이들이 커버하는 6개 증권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61%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도 1분기 실적이 지난 2009년 이래 최대 실적을 보일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이익 전반이 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증권사들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상향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강한 실적 모멘텀과 배당 확대 가능성을 반영해 NH투자증권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도 2만원으로 제시했다.

▲ 증권업종 지수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
증권업종이 단순히 실적 개선뿐 아니라 각종 정책 모멘텀까지 호재로 작용하면서 당장 2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규 유동성 유입이 견조한데다 상하한가 폭 확대가 변동성을 높인다면 거래대감의 추가 증가도 가능하다"며 "2분기에는 실적과 더불어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정책 이슈들도 다시금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덜 오른 대형주 유리"
반면 신중한 의견도 맞선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후 주식 자금 이동을 예상하고 증권주를 매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늘고 있지만 지속성에 확인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개선에 따른 트레이딩 기회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8월 금리인하 후 금융권역별, 상품별 자금 유입을 보면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증권주가 크게 급등하면서 과열에 대한 경계론도 서서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개선을 감안해도 증권주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증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까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증권업종의 거래대금 비중은 총 거래대금의 6%까지 상승했고 이는 최근 수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는 평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서 단기과열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대만이나 일본 사례를 봤을 때 자산관리에서 뛰어난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 약진한 만큼 중기적으로는 대형사들이 더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