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설(說)은 언제부턴가 해묵은 이슈가 됐다. 주력사업인 조선업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갈수록 살림이 쪼들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비주력인 하이투자증권을 내다팔지 않겠느냐는 게 요지다.
증권업에 손 댄 지 8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마침내 증권업을 접는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연내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하이투자증권에 쏟다부은 돈만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질 수 있는 돈은 많아봐야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말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 등 금융 계열사들의 매각 시기를 2017년에서 올해 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포함시키고, 하나은행은 이를 잠정 승인했다. 2008년 3월 중소형 증권사인 옛 CJ투자증권을 인수, 증권업에 진출한지 8년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CJ투자증권 인수 당시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을 앞세워 CJ그룹으로부터 지분 74.9%를 704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간판을 지금의 하이투자증권으로 바꿔 단 것도 이 때다. 또 당시 하이투자증권의 하이자산운용의 소유 지분(92.4%) 이외의 7.6% 지분을 사는데도 430억원을 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을 재계의 위상에 걸맞는 대형 증권사로 키운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터라 계열 편입 이후로도 하이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을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인수 직후인 2008년 11월 484억원에 이어 2010년 9월 2510억원, 5년 뒤인 지난해 8월에도 999억원을 집어넣었다.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3억4240만주)를 갖고 있는 데는 1조103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다. 여기에 하이자산운용 투입자금까지 합하면 1조146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기대와는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7146억원(2015년 말 연결 기준)으로 16위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업계 위상은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재무실적 또한 2008년이후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던 때가 작년 312억원 정도이고, 8년동안 3개 해에는 적자를 냈다. 이렇다보니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으로부터 회수한 돈이라고는 하이투자증권의 20여년만의 첫 배당으로 챙긴 올해 34억원이 전부다.
하이투자증권은 2014년 이후 인수합병(M&A)된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매각금액 9470억원), 유안타증권(동양증권·2710억원),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2조2310억원), 현대증권(1조2380억원) 등에 비해 덩치로보나 영업경쟁력 등으로 보나 인수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매각가격은 5000억~6000억원 정도다. 현대미포조선의 장부금액 8261억원에도 훨씬 못미친다. 출자금의 절반도 못건질 수 있는 셈이다.
인수후보군으로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 잇따라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과 2014년 말 아이엠투자증권 계열 편입 이후에도 꾸준히 중소형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거론된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사로 도약하려는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BNK금융지주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