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했던 미국의 3월 금리인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것도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을 통해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빨라진 긴축 신호에도 시장은 여유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인상 확률이 여전히 떨어지는데다 미국의 경제회복세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또한 국내 증시에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

◇ 옐런 "다가올 회의에서 금리 인상"
밤사이 옐런 의장은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통화정책 보고에서 '매'로 변신했다. 옐런 의장은 "미국의 고용 시장 질이 개선됐으며 2%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다가올(upcoming)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기대치에 부합한다면 추가적인 금리 조정이 적절하다"고 밝히며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너무 오래 미루다 인상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도 분명히 제시했다.
이처럼 구체회된 발언은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FOMC 회의 때만해도 3월보다는 6월 쪽에 더 무게가 실려온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올해 3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북크바르 린드세이그룹 애널리스트는 CNN머니에서 "옐런이 직접적으로 3월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3월 인상 가능성이 상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때문에 쉽지 않을걸?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비해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로서는 더 주목할 부분이다.
옐런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3월로 확실히 못박지 않고 3~6월 가운에 정확히 언제 인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매파적이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발언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옐런 의장이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사실상 트럼프 요인이 금리정책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도 3월 인상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준이 3월에는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재정정책 불확실성이 적어도 2~3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연준이 6월까지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오히려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기존에 지속했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달러가 급등한 동시에 신흥국 통화가 일시적으로 빠졌다 다시 반등한 것도 이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SK증권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강화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장이 금리인상을 너무 적게 반영하는 것에 대해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 3월 회의까지 당장 발 묶여
다만 국내 증시로서는 내달 14~15일 예정된 FOMC 회의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됐다. 마크 카바나 아메리카메릴린치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옐런이 3월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싶어한 것은 확실히 맞다"며 "시장이 너무 낙관적인 것에 대해 경고를 주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의 2월 물가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유가가 저점 수준에 있었던 만큼 올 2월 물가상승폭이 커질 수 있고 연준의 긴축 우려를 크게 부각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임금상승률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견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1월 고용지표에서 소매업 내 의류산업 등의 고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소비 수요 증가에 따른 인플레 상승을 예상케하는 점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