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역사적 고점 앞에 섰다. 딱 6년 만이다.
2200선을 무리 없이 뚫으면서 사상 첫 23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제 관건은 안착이다. 6년 전처럼 잠시 맛만 보고 내려와선 안 된다. 쐐기를 박고 계속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국내외 여건 모두 양호하다.
◇ 글로벌 경기 회복이 판 깔았다
코스피는 전날(26일) 2207.84까지 오르며 역사적 고점인 2228.96과의 격차를 20여 포인트로 좁혔다. 27일엔 숨고르기 상태지만 최고치 경신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연초부터 훈풍을 타고 순항 중인 국내 증시가 그냥 오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외 펀더멘털이 적절하게 뒷받침되며 상승 발판을 제법 단단하게 다져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전반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꾸준히 회복 중이고, 미국과 유럽 역시 하반기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도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이머증 증시가 혼비백산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회복세는 탄탄하고, 그러면서 뉴욕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나스닥 지수도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밤사이 나온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구체적인 내용 부재로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성향의 큰 틀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만큼 재정 확대 정책과 맞물려 국내 증시도 미국발 온기를 누릴 전망이다.
유럽 또한 프랑스 대선으로 부각된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후 위험자산 선호를 한껏 높이는 촉매 역할을 했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순매수를 보인 외국인들은 유럽 불안이 잠잠해진 후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담고 있다.
◇ 기업이익 뒷받침…저평가도 매력
국내 증시 역시 높은 고도에서도 무리 없이 전진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을 다졌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어닝시즌이 한참 무르익은 가운데 이미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일찌감치 증시 상승 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연간 코스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이달 초 이후에만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코스피 지수가 여전히 저평가된 부분도 추가 상승 부담을 줄여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배였지만 지금은 9.1배로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이다. 2006년 이후 평균치 역시 크게 밑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임박했지만 주요 대형주들은 아직 크게 오르지 못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도 대선 모멘텀을 안고 있다. 차기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업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4차 산업혁명 관련주도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최근 4월 위기설까지 불러온 북핵 리스크도 기존 학습 효과대로 완화됐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고조될 가능성보다는 완화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2300선 안착 해볼 만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경우 일부 차익실현 매물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2250~2300선까지는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기술적으로 작년 11월부터 진행된 채널 상단선까지 단기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2250선을 1차 목표치로 제시했다.
동부증권은 "보수적으로 봐도 2340포인트까지는 상승이 가능해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신증권은 "주가수익비율(PBR) 3년 평균수준이자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213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230선에 안착한다면 2300돌파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