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렉시트(Frexit,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한 프랑스 대선에서 이변은 없었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로 여겨졌던 마크롱-르펜의 대결 구도가 확정되면서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대선과 미국의 세제 개혁안 등 정치 변수가 여전히 즐비하지만 적어도 프렉시트 우려만큼은 던 채 5월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해지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 2차 투표서 중도파 당선 가능성 확실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 마르슈(전진)당 후보와 극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당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2차 투표는 5월7일 치러질 예정으로 대다수 후보가 마크롱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마크롱 후보의 낙승이 점쳐지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EU 잔류를 주장하는 마크롱 후보가 1차 투표에서 탈락하거나 EU 탈퇴론자인 르펜 후보가 압도적인 1위에 오른 걸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프랑스는 EU 내 경제 규모가 독일 다음이어서 EU 탈퇴 시 파급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막판에는 극좌 성향의 후보까지 부상하면서 프랑스의 EU 탈퇴 우려가 증폭됐다. 르펜이 이어 EU 탈퇴를 주장하는 장 뤽 멜랑숑 좌파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출구조사에서 마크롱과 르펜이 1, 2위를 차지하고 마크롱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지지가 더해지면서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마크롱과 르펜의 결선 투표 시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불확실성 해소에 위험자산 선호 부활
프랑스 대선 결과가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로 나오면서 시장도 일단 안도하고 있다. 그간 강화됐던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주춤할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 대선 우려로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 약세도 점쳐지고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는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유로화의 반등,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 축소, 주가 상승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프랑스 1차 대선 결과가 리스크 해소로 해석되며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요국 정책 기대감과 맞물려 글로벌 자금의 위험선호 현상도 강화할 것"으로 봤다.
프랑스 악재 해소에 더해 그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얼어붙었던 증시 분위기도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실적 시즌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이후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해질 경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프렉시트 가능성 극히 낮아져
물론 프랑스 대선이 종료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마크롱의 승리 가능성이 켜졌지만 지난해 브렉시트(EU)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모두 예측 밖의 결과였던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심리가 남아있는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합리적인 기대로는 마크롱의 당선을 예측할 수 있지만 아직 확신을 하기 쉽지 않다"며 "경험적 기대로는 2차 투표 결과 전까지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침 우리나라 역시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시기다. 미국 역시 트럼프 정보의 세제안이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책 변수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다만 설사 르펜이 당선되더라도 시장이 우려하는 EU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프렉시트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통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EU 찬반투표 시행 시 의회 양원 동의가 필요하다.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577석의 하원 의석 중 2석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은 "EU탈퇴에 대한 프랑스 지지율은 35% 수준으로 대다수의 프랑스인들이 EU 탈퇴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르펜 당선 시 금융시장에는 혼란이 예상되지만 프렉시트 현실화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