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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②-3 증시 정조준…본게임 이제부터

  • 2017.06.20(화) 10:42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1. 금융>
국내 증권사, 흑역사 딛고 힘찬 도움닫기
현지화, 절반의 성공…체계적 공략 본격화

[베트남 호치민=양미영 기자] 베트남은 국내 증권사들엔 아픈 기억이다. 2000년대 중반 베트남 투자 열풍이 불며 여러 증권사가 앞다퉈 진출했지만 손에 쥔 과실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빠르게 도약하는 베트남 자본시장에 몸을 실으며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경제와 더불어 10년 넘게 진득하게 한 우물을 판 결과다. 

 

지난달 31일 찾은 베트남 경제 중심지 호치민.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거둔 절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넉넉한 실탄 확보와 함께 현지 증권사들과 위상을 나란히 하면서 베트남 자본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 2000년 중반 암흑기를 꿋꿋이 견디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선진국 위주로 이뤄졌다. 그러다 잠시 주춤한 뒤 2000년대 중반 들어 재개되며 아시아 신흥국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앞다퉈 몰려든 곳 중 하나가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연 성장률이 6%에 달하며 '넥스트 차이나'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2007년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높은 경제 성장과 함께 시장 개방 기대감을 키웠고, 금융시장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으로서 단번에 시선을 모았다.

 

증권사들 역시 이를 놓치지 않았다. 베트남 증시의 고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국내에서는 베트남펀드 열풍이 크게 일었고, 베트남 진출도 활발했다. 2006년 옛 동양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이듬해 옛 대우증권과 옛 우리투자증권, 옛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중대형사 할 것 없이 앞다퉈 현지법인 설립에 나섰다.

 

하지만  살아남은 증권사는 많지 않았다. 베트남의 성장세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불과 5년 뒤인 2012년 다시 거센 철수 바람이 불었다. 외 진출에 실패한 원인으론 장기 계획이 충분하지 못했고, 신규 사업 배양이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꼽혔다.

 

국내 증권사의 합종연횡까지 이어지면서 10년 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현재 남은 증권사들은 특유의 인내와 끈기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 위탁매매서 IB로 영토 확대 진행형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순이익은 전체 순이익의 1%에 불과하다. 20~40%대인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해외수익 비중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베트남 역시 최근 적자에서 벗어나거나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인 곳도 존재한다.

 

리테일 기반인 위탁매매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경쟁우위 요인들을 해외에서 그대로 발휘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차별화된 경쟁우위 없이 현지 정보와 네트워크, 문화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현지 증권사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시장 공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최근에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인 KIS 베트남은 2010년 현지 증권사인 EPS 증권 지분을 인수해 설립된 후 업계 50위에서 10위권 안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기준 호치민거래소 9위, 하노이거래소 6위로, 예탁자산 1억5800만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내며 아시아 진출 첫 증권사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라이징 베트남]②-2 한국투자증권, 자본시장 한류 이끈다

 

2007년 합작법인 형태로 출발한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도 2015년 현지 합작사로부터 49%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난해 100% 단독 법인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증자와 함께 브로커리지에서 신용 비즈니스 등으로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라이징 베트남]②-1 미래에셋대우, 국내 명성 잇는다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합작 증권사에 대한 외국계 금융사의 보유지분 한도가 49%로 제한돼 충분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서야 베트남 정부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인 지분한도를 49%에서 100%로 확대하면서 족쇄가 풀렸다.

 

신한금융투자도 2015년 현지 증권사 지분 100%를 인수해 지난해 2월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베트남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에 나서 늦깎이 케이스다.

 

▲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 전경.

 

◇ 실적도 일부 결실…지금부터가 본게임

 

국내 증권사들은 진출 초기만 해도 위탁매매 중심으로 영업해왔지만 차차 투자은행 업무로 확대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화승비나와 LS전선 베트남 법인인 LS전선 아시아 등 베트남 현지 한국 기업들의 국내 상장 작업을 도맡았다.

 

직 일부 현지 증권사에 IPO 관련 수익이 집중돼 있지만 회사채와 주식 IPO 업무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며 지난해에는 베트남 현지 진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미래에셋대우도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IB 영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했고, 베트남 시장에 대
한 직접 투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수익 증가와 함께 자기자본 투자 성과 덕분에 지난해 14억85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또한 현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와 연계한 다양한 IB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B 및 상품 공급 위주의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며 "신한베트남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한 딜 소싱과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투자증권 KIS 베트남 전경.

 

◇ 베트남 종합증권사 입지 제대로 다진다

 

베트남의 경우 평균 28세의 젊은 인구구성과 가계 소득의 빠른 증가세 등으로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기지로서 매력이 부각되며 외국인 직접투자와 수출도 늘고 있다.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산이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이 역시 베트남의 성장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특히 다른 신흥국 사례나 베트남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의지를 고려하면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더 상당하다. 실제로 베트남 VN지수는 지난해 15% 오르는 등 지난 5년간 상승률이 50%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인 가운데 주식시장 대중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잠재 고객도 넘쳐난다.

 

개발도상국의 금융산업 성장 패턴을 보면 초기에는 실물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이 은행을 통해 이뤄지다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자본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베트남의 경우 이 중간 과정에 놓여 있다. 그동안 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한 간접 금융시스템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점차 자본시장으로 주도권이 옮겨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베트남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연평균 각각 60%와 31% 이상 성장했지만 201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과 채권 발행잔액은 각각 27.4%와 21.9%에 불과했다. 각각 70%와 50% 선에 달하는 주변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은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국영기업의 민영화, 인프라 개발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주식과 채권 등 직접금융 시장이 본격적인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강문경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 대표는 "베트남의 강점인 우수한 인적자본과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현재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현지 종합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차헌도 KIS 베트남 본부장도 "KIS 베트남의 경우 어느 정도 안착에 성공한 만큼 이제 더 든든하게 기반을 닦아나갈 것"이라며 "베트남 현지에서 독보적인 한국 증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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