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랜만에 좁은 박스권에 갇혔다. 북한발 지정학적 우려가 주춤하고, 2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이렇다 할 내부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는 해외 변수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때마침 24일(현지시각)부터 잭슨홀 회의가 열린다.
올해 잭슨홀 회의는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론 오랜만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참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 인사들이 참석하더라도 별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추가 상승을 위한 힌트가 필요한 시장으로선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 박스권 증시, 잭슨홀 회의를 만나다
이달 초 2400선에서 2300선으로 밀린 코스피지수는 거의 3주째 23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거래대금도 5조~6조원대에서 3조원대 후반까지 뚝 떨어졌다.
한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풀 꺾였지만 이렇다 할 상승 재료도 찾지 못하면서 박스권에 갇혔다. 2분기 기업 실적시즌이 마무리된 데다 최근 8개월간 코스피지수가 내리 오른 것도 숨 고르기의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추가 상승과 조정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이렇다 할 내부 모멘텀이 없다 보니 시장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월 초부터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지만 당장 8월은 이번 주 잭슨홀 회의가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 중립 전망 불구 드라기 발언 주목
매년 8월 말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서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다. 올해 주제는 '역동적인 글로벌 경제 촉진'이다.
이번 회의는 미국에 이은 다른 중앙은행들의 출구전략 개시 여부가 주목받으면서 관심이 높다. 미국은 이미 긴축을 개시한 데다 스케줄이 어느 정도 파악된 만큼 ECB의 양적완화 종료 여부와 맞물려 3년 만에 참석하는 드라기 ECB 총재의 입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고, 하반기 중 개시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반면 물가 오름폭이 미미한 데다 최근 유로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ECB 총재 입장에서 매파적 스탠스를 강조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드라기 총재가 필요 이상의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에는 오히려 중립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드라기 발언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8월 지표 확인 후 열리는 9월 통화정책회의까지 불확실성이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드라기 입장에서는 매와 비둘기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테이퍼링을 추진하겠지만 경제 전망 확인 후 10월 정도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전망했다.
◇ 옐런 발언, 추가 상승 모멘텀 기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미국 연준 의장의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증시 입장에서는 9월 20~21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앞서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재차 표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매파적 스탠스를 강화할 상황도 아니어서 그간 이어져 온 분위기를 훼손하진 않을 전망이다.
시장은 이미 미국의 긴축 스케줄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감 재확인은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 시사 여부 정도가 추가 관심사다.
SK증권은 "양호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며 "잭슨홀 회의에서 이를 재확인해준다면 주가 반등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은 "시장이 중앙은행의 변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매파로 급변하기는 쉽지 않다"며 "통화 정책에 의한 약세장 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