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사토시 나카모토가 자신이 쓴 글에서 중앙은행의 독점적인 화폐 발행과 이에 따른 폐해 그리고 신용기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의 급성장 뒤에는 화폐를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언뜻 과거 금본위제를 떠올리게 하고,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달러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은 화폐 대용 가능성에 미심쩍은 부분이 더 많긴 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화폐 위기 때마다 상한가
비트코인 가격이 무섭게 급등한 것은 올해부터지만 과거 수차례씩 간헐적으로 수직 상승한 시기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할 때였다.
비트코인 신드롬이 막 불을 지필 당시 기름을 부은 것은 키프로스 사태였다. 키프로스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데 개인들의 은행 예금까지 압류당한다.
키프로스인 사이에서는 기존 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싹텄고, 비트코인으로 득달같이 몰려들며 가격이 뛰었다. 당시 키프로스에선 비트코인 자동 입출금기까지 만들어지면서 비트코인이 달러와 함께 거래됐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비트코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경제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 정부가 화폐를 마구 찍어대면서 페소화 가격이 폭락한 탓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페소화를 믿지 못하면서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건수가 늘어났다.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기꺼이 페소 대신 비트코인을 택한 것이다.
중국 역시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부유층의 해외 자금 유출을 엄격히 제한한 데다 위안화 약세를 헤지하려는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무섭게 몰려들면서 비트코인 강세를 이끌었다.
◇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도 화폐 대안
사토시 나카모토 또한 은행이 돈을 잘 보관해줄 수 있긴 하지만 이를 신용대출에 활용하면서 버블을 만들고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버블이 만든 짐은 은행이 아닌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지게 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반면 비트코인의 경우 화폐적 특성을 갖추면서도 은행 신용을 토대로 하지 않고 오직 신뢰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화폐의 대안으로서 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올해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통화와 같은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 역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됐다. 특히 일본은 가상화폐 구매 시 8%의 소비세를 면제하면서 가상화폐 사용 가능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다.
덕분에 올해 비트코인 거래 통화 가운데 엔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 현재 일본 내 비트코인 대금 결제가 가능한 점포는 4500여 개이지만 올해 말까지 20만 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4대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의 자산 증가 금액이 사상 최대였는데 그만큼 돈을 많이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면서 화폐 가치 하락을 자극했고,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점점 부상하자 일부에서는 달러를 대체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달러가 그 어떤 통화도 넘보지 못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출현하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패권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한다면 전 세계 헤게모니를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달러의 힘이 약해지면 그만큼 미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 없더라도 이미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기존 화폐시스템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로 발전할 경우 달러 헤게모니가 약해질 수 있다"면서 "최근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인 자국의 무역적자를 문제 삼으며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시기에 비트코인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