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하면서 가상화폐 쇄국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정반대 행보다. 특히 일본은 가상화폐를 공식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가상화폐 발행에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가상화폐를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거래 과열과 유사수신을 비롯한 투자자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가상화폐 시장이 가진 효용성과 잠재력은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일본, 가상화폐 정반대 행보
정부는 지난달 29일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 공개(ICO)는 물론 가상통화 취급업자로부터 자금이나 가상통화를 빌려 매매하는 '코인 마진거래'도 전면 금지했다. ICO는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같은 개념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듯 가상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가 ICO 전면 금지에 나선 이유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과 함께 시장이 투기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ICO를 앞세운 무분별한 투자자 모집이 유사수신에 가깝고,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은 반대로 가상화폐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역시 지난달 29일 가상화폐거래소 11곳을 정식 승인했다. 미즈호은행의 J코인을 비롯해 미쓰비시도쿄UFG와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대형 은행들은 앞다퉈 가상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가상화폐에 부과하던 8%의 소비세도 없앴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가상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점포가 기존 4500여 개에서 연말엔 20만 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ICO 한 건도 없었는데 전면금지
▲ 그래프: 자본시장연구원(원자료: coindesk) |
우리 정부가 ICO 금지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ICO가 금융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체인애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ICO와 관련한 금융사기 피해 금액만 2억 2500만달러, 피해를 본 투자자는 3만260명에 달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선 아직 ICO가 한 건도 없었는데 ICO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ICO는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우리 정부만 규제에 나선다고 해서 개인의 ICO 투자 자체를 막긴 쉽지 않아 실효성도 떨어진다.
ICO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과 싱가포르 등이 일제히 규제를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전면 금지는 없었다. 중국이 ICO를 전면 금지하긴 했지만 중국의 경우 이미 ICO가 활발한데다 10월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앞둔 일시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 투자시장의 관리는 강화하면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양성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을 키워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을 비롯한 핀테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다른 국가들은 시장 선점 경쟁
일본 외에 다른 국가들 역시 가상화폐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와 홍콩 등 조세피난처 국가들은 가상화폐 시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ICO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가상화폐 투자상품 개발 등 활용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한발 더 나아가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ICO를 빙자한 유사수신과 다단계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무조건적인 ICO 금지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ICO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단순한 자금모집 수단으로 보기엔 힘든 수준이 되었고, 그 성격도 투기적 시장으로 변질됐다"면서 "건전한 ICO 시장의 형성을 위해 금융당독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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