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날 때 눈앞에 엄마가 없어서 미안하고, 꼭 안아주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손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과 직접 만나 대화하지 못해 미안하고, 하원 후에 저녁밥이라도 차려주지 못해 미안하고, 퇴근 후에는 나 힘들다고 좀 더 신나게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엄마가 가진 정보가 없어 더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이 중 내가 워킹맘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니 정보를 얻어 아이의 경험을 늘려주는 것뿐이다. 전업맘들 사이에는 워킹맘은 끼워주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모여서 커피 한잔하며 각자가 가진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하원 후에는 문화센터나 놀이교실에 그룹으로 함께 다닌다.
'어떤 학습지가 아이들이 좋아한다더라', '어떤 전집이 아이 창의력에 도움을 준다더라', '유치원은 여기가 좋은데 들어가려면 뭐가 필요하다더라' 등등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아이 또래만 하더라도 벌써 교육 정보가 넘쳐나는데 유치원이며 초등학교는 얼마나 더할까.
워킹맘을 포기하고 전업맘으로 돌아서는 사람 중 일부는 정보 싸움에 뒤처지는 것이 싫어서다. 선배 워킹맘들은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끼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워킹맘 관련 서적들을 보다 보면 전업주부와 친구 되기, 전업주부 모임에 들어가는 방법 등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무시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워킹맘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미션'이다.
나 역시 휴직 중에는 다른 엄마들과 모임도 하고 대화도 나눴지만, 워킹맘이란 사실을 알고 복직을 앞두니 엄마들이 자연스레 멀리하기 시작했다. 전업맘들은 아이 등·하원을 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지기도 하지만, 워킹맘은 얼굴도 마주할 기회가 없으니 미션 수행을 위한 전략까지 나올 정도다.
나의 전략은 '어린이집 첫 소풍의 기회를 잡자'였다. 첫 만남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소풍날 우리 부부는 다른 부모들과 친해지기 위해 우리 가족 도시락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의 샌드위치와 과일을 준비했다. 음식을 나눠주며 자연스럽게 친해지자는 전략이었고, 통했다.
그리고 다음 주말에 우리 집으로 가족들을 초대하면서 모임에 낄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가족 모임이나 평일 저녁 모임이 생기면 부리나케 퇴근해 바쁘더라도 참석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정보만은 아니었다.
원금은 절대 포기 못 해!
나를 두고 전업맘 모임에 끼어든 성공한 워킹맘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그들에게 어린이집 생활이라든지, 각종 교육 정보, 육아 정보, 원내 일정이나 선생님 정보 등을 얻는 대신 그들은 나에게 재테크 팁을 요구한다. 나름 경제지 기자니 뭐라도 알겠지라는 생각일 테다.
'내가 재테크를 잘 해서 성공했으면 이렇게 워킹맘으로 힘들게 살겠나.' 하면서도 아는 선에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한다. 투자 판단은 개인의 몫으로 돌리면서 말이다. 괜히 내 말 듣고 투자했다 손해 봐서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없지 않나.
그런데 '돈을 벌고 싶다', '재테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 '뭐든 해야겠다' 등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에게 빼먹을 것을 찾던 엄마들의 입에서는 '하지만 원금은 손실이 나면 안 된다'라고 뒤늦게 조건을 단다.
'원금 손실 안 나는 상품을 찾으시려면 그냥 예적금을 드세요.'라고 하다 '아차!' 싶은 상품이 떠올랐다.
채권도 정보가 힘이다
앞서 2편에서는 워킹맘이라면 점심시간이나 여유시간에 금융회사 지점을 '마실 삼아' 다니라고 조언한 바 있다. 나 역시 가끔은 정보를 얻기 위해 금융회사에 방문해 상담을 받는다.
언젠가는 지점장을 직접 만나게 된 적이 있다. 내 신분과 내 자산을 모른 채 운이 좋게 직접 상담을 받게 됐다. 지점장이 당시 추천한 상품이 국민주택채권이다. 내가 엄마들에게 소개한 원금 보장 상품이다.
우선 채권에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높은 수익을 자랑하는 회사채가 있는데, 회사채가 부도가 나면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리스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워킹맘이라면 채권은 안전자산으로써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보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국공채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떼이지 않는다. 지방채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이라 안전하다. 특히 소규모로 매월 발행되는 지역개발채권은 이자가 많은 편이라 기관투자자들도 주목하는 투자대상이다.
물가연동국채는 국채를 보유하는 동안 물가가 오른 만큼 원금에 반영해주는 국채라 원금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그중에서도 회사채를 제외한 국공채나 지방채 등으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복리 투자의 정석을 보일 수 있는 안전한 투자 방법이기도 하다.
워킹맘의 안전자산 '국주채'
다시 국민주택채권(국주채) 얘기를 해보자. 국주채는 정부가 국민주택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의 일종이다. 집을 살 때 우리는 국주채를 강제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잘 모른다.
부동산을 매수하는 국민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일정 비율 만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무기명 국채가 있다. 이것이 국민주택채권이다. 부동산 매수자는 해당 채권을 은행에 바로 되팔 수 있고, 투자자는 은행을 통해 채권을 사는 것이다.
국주채를 운용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팁이다. 국주채 시장은 오늘 종가를 전날 미리 결정하는 형식이다. 종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오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에 참여하는 금융투자사가 종가에 매수하고 다음날 개장하면 파는 형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운용 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다. 다만 물량이 많지 않고, 관련 상품도 널리 알려지진 않아 발품을 팔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