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됐지만 은행들의 제한적 접근 허용으로 거래소 이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소위 '4대 거래소'에만 은행계좌 계설이 허용되면서 약 100만명의 이용자들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그나마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한 거래소들의 경우도 일부는 기존에 계좌를 보유한 이용자들의 개설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면서 당장 신규 계좌 개설은 '하세월'이 될 전망이다.
◇ 거래소 4곳 순차적으로 가상 계좌 발급
30일부터 실시되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로 가상화폐 투자자는 거래 계좌와 이용 중인 거래소 계좌가 동일한 은행일 때만 입출금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가상 계좌를 발급해준 시중은행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6곳이다.
소위 4대 거래소에 속하는 빗썸의 경우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을 본인 명의의 입금계좌로 등록해야 하고 업비트는 IBK기업은행,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의 계좌 등록이 필요하다.
해당 은행 계좌가 없을 경우 은행을 직접 방문해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급여, 공과금 이체 내역, 신용카드 결제 등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비대면 계좌개설도 가능하지만 하루 출금 한도가 창구 100만원, ATM·전자금융이체 30만원으로 제한된다.
한번 등록된 계좌는 변경이 불가능하며 해당 계좌만 이용이 가능하다. 개인 외에 일반 및 법인 사업자의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들 거래소는 기존의 가상 계좌를 일괄 회수한 후 신규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를 재발급하게 된다. 가상 계좌를 보유 중인 기존 회원들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 일부 거래소의 경우 신규 고객의 가상 계좌 개설은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존 가상 계좌 보유자의 경우, 해당 거래소의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 보유 계좌가 있어야 '실명 확인 입출금 번호 발급 등록'이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빗썸의 경우 농협은행 계좌 보유자만 입출금 서비스 등록이 가능하고 신한은행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비트의 경우 신청자가 몰리면서 계좌인증 처리가 지연되는 상태다.
◇ 나머지는 발급 중단…공정성 위배 우려
그나마 4대 거래소 이용자들의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를 재발급 받은 후 거래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 이용자들의 경우 은행을 통한 가상 계좌 개설이 막히면서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기존에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했던 은행 중 일부는 이를 중단하거나 신규 계좌 발급을 진행하지 아예 않을 예정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협회 거래소 회원사 중 가상 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거래소의 회원 가입자는 65만명에 달하고 있다. 협회 회원사 가운데 고팍스(스트리미), 코인네스트, 코인이즈, HTS코인(한국블록체인거래소), 코인링크(써트온), 이야랩스 등 6개 거래소는 법인계좌를 사용해오다 최근 주거래은행으로부터 거래 중단 및 신규 계좌 발급 불가 통보를 받았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대부분 일명 '벌집 계좌'인 법인 계좌를 운영해왔는데 이를 통해 거래하는 계좌 미보유 투자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가상계좌 개설이 불가능할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거래소인 코인플러그의 경우에는 기존에 우리은행 계좌를 사용해왔지만 30일 4시부터 가상 계좌 입금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차세대 시스템 교체 작업 등으로 당장 여력이 없는 만큼 3월 이후에나 입출금 서비스 개재 여부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당장 내달 설 연휴 기간에 금융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예정에 있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4대 거래소 외에는 가상 계좌 개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거부하면서 100만명의 이용자들의 거래가 사실상 막히게 됐다"며 "입출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나머지 거래소는 강제 퇴출될 수밖에 없고 공정성 위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