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를 뒤흔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건이 조사와 향후 조치 발표 등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이미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워졌고, 새로 만든 제도 개선 방안이 제2의 삼성증권 사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증권 사태는 부실한 증권회사 내부통제와 사고대응, 일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 주식매매시스템 등 총체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증폭된 '증시의 손꼽히는 흑역사'로 남을 만하다.
◇ 문제 발생 요인별 해결책 나와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을 비롯해 증권업계 전반을 살펴 이번 사태의 발생 요인을 점검하고 각 요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내놨다.
우선 증권회사의 내부 시스템을 손본다. 일반 주주에 대한 현금배당은 예탁결제원 확인 후 지급이 되는 구조지만, 상장증권회사의 경우 현금배당과 주식배당 시스템이 일원화되어 있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우리사주조합의 현금배당 과정에서 주식 입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분리하고 은행 전산망을 통한 입금 처리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직원이 수작업으로 배당을 하다 보니 한순간의 실수로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주식배당 프로세스 전산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피해 확산 요인도 제거한다. 이번 사태는 입력 오류가 발생해도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또 사고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임직원 계좌 주문정지까지 37분이나 소요된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따라서 이제는 사고로 발생한 매매주문을 한 번의 조치만으로 즉시 취소할 수 있는 비상 버튼 시스템이 도입된다.
만약 증권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지라도 증권 거래 시스템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시장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발행 주식수를 31배가량 초과하는 주식 물량이 입고됐지만 주식거래시스템에서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거래가 이뤄졌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진행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주식 매매 전 단계별로 주식 잔고와 매매 수량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매매주문이 투자자별 매매 가능 수량을 초과하는 등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주문차단과 공매도 규제 위반 등 위법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모럴 해저드였다. 모든 시스템이 문제가 됐더라도 임직원의 도덕적 판단만 있었더라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배당 사고 직후 착오 주식임을 알고도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매도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직원을 처벌하고, 협회 중심으로 업계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준칙을 제정해 윤리 및 준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 남아있는 우려는?
그렇다면 각 요인은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분리하면 착오 문제는 제거되지만, 증권업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팻핑거(입력 오류) 문제는 완벽한 전산화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배당 입력을 전산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과정에서 직원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고 후 비상 버튼 시스템을 누를 수 있게 됐지만, 담당자가 사고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문제다.
증권 거래 시스템의 주식 잔고와 매매 수량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더라도 장 마감 후 정확한 집계가 가능해 사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 이번과 같은 대량 사고가 아니라면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 등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업계 전반에 걸친 모럴 해저드 개선도 걸림돌이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업권 내부통제시스템 및 임직원 자기매매 개선 등 대책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임직원 사고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만으로 도덕적 해이를 잡을 수 있을까.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사실 한가지 허점만 발생해도 충분히 재발 가능한 문제다. 새로 고친 외양간에도 여전히 소가 걱정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