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계속 확전 양상을 띠며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무역 분쟁이 해결 국면을 보일 때까지는 이들의 귀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지금보다 상황이 크게 악화되는 것을 고려해도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치우친 투자보다는 회사채를 적절히 섞는 균형 잡힌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평가 논란이 있는 미국 증시는 물론 기술주에 대한 투자도 유효할 것으로 분석됐다.
▲ 데이비드 웡 AB 주식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
◇ 무역분쟁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반영돼
12일 데이비드 웡 AB자산운용 선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금리보다 무역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이미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주가에 반영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투자자 입장에서 무역갈등에 대한 고민은 정량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 영향을 분석해 보면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웡 매니저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이 양국에 30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 6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무역분쟁 수혜에 따른 경제적 가치 창출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하고 기업 실적은 2~3%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웡 매니저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올해 성장세가 22%와 17%에 달하기 때문에 2~3%p 둔화되는 것은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무역에서 미치는 영향을 600억~70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그 사이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은 3조~4조달러나 빠졌다"며 "경제 영향에 비해 훨씬 더 큰 규모의 주가 하락이 있었고 양국 간 제재 수위가 지금보다 4~6배 악화되는 시나리오까지 이미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주식 여전히 매력적…국채·회사채 균형 투자 조언
그렇다면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은 지난해 크게 다를 바 없다. 물가도 빠르게 오르지 않고 있다. 성장과 물가 전망만 본다면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이 더 유리한 시장인 셈이다.
다만 무역분쟁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디테일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웡 매니저는 "투자자들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역 제재에 민감한 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주식이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봤다. 미국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다른 시장보다 높다며 수익성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가 예상되는 점이 수급적으로 긍정적이고 무엇보다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술 및 헬스케어 업종 등 성장주 위주의 전략을 올해 말까지 이어갈 것을 조언했다. 기술주의 경우 20년 전과 달리 경기 민감성이 낮아진 만큼 무역분쟁을 이겨내는 데도 보완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재흥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 투자의 경우 균형과 선별성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국채를 사고 이머징 채권을 파는 식의 양분적인 시각보다는 적절한 균형으로 함께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며 은행채, 에너지섹터의 크레디트채권, 금리가 오르면 쿠폰수익률이 오르는 CRT(국채 모기지 기관의 위험 공유 거래) 채권 투자를 추천했다.
◇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 긍정적
이 밖에 최근 남북 관계 진전 등에 대한 영향은 일부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웡 매니저는 "한국 주식 투자를 하든 세계 주식 투자를 하든,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북한 긴장관계는 중요한 우려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유재흥 매니저도 "지난 1월부터 5~6월까지 신용부도스와프(CDS) 흐름을 보게 되면 내려가는 추세"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최근 부진한 삼성전자 투자도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봤다. 웡 매니저는 반도체 산업의 위치가 워낙 탄탄한 한데다 무엇보다 명시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상반기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 되다 5개월 만에 상향 조정 기업 나오기 시작했다"며 "2분기 실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