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며 증권시장 운영시간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투자업계 종사자들의 근로시간 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증시 거래시간 단축 요구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1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사무금융노조는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여수신 등 금융 업계에 85개 지부 4만500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조직입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만 50여명에 달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가 꺼낸 화두는 '증시 거래시간 축소'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이뤄지는 현행 증시 거래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30분 단축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증시 거래시간은 변함이 없다"며 "(그 결과) 주 52시간은 커녕 하루 8시간 노동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증권노동자들이 업계 내에 파다하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 지점들이 대표적입니다. 증권사 지점들은 오후 3시 반 증시 종료와 함께 현금 정산 업무에 돌입합니다. 은행 마감 시간은 대개 오후 4시. 여유시간은 30분이 채 안됩니다. 시장이 30분만 빨리 닫아도 일이 밀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영업 및 영업지원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직무 노동시간은 단체협약상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로 정해져있습니다. 하지만 장이 3시 반에 마감되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한 투자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30분 줄어들면 그만큼 잔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퇴근 시간도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증시 거래시간을 줄이면 될 걸 왜 사무금융노조가 기자 간담회까지 자청하고 나섰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증시 운영 주체인 한국거래소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16년 한국거래소는 주식 채권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30분 늘렸습니다. 시장 간 연관성이 높은 중화권 시장 정보의 신속한 시장 반영을 돕고 글로벌 연계 거래를 확대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홍콩거래소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반에서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고 오후 5시까지 시장을 엽니다. 중국 상해거래소도 오후 4시에 장을 마감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시장은 너무 빨리 문을 닫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변경 후 2년간 거래대금이 증가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거래시간 연장 전인 2015년 코스피·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1240억원이었는데 올 7월 8조926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9.9%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사무금융노조는 이 증가치는 노동자들의 연장 근무와 비교하면 아무 미미한 성과라는 입장입니다. 2년 전 사무금융노조 산하 14개 증권사 지부별 전원을 대상으로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동강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377명 중 52.6%가 시간외근무가 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 속에서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절충안은 시간 단일가 매매시간과 장개시전 시간외 종가매매 시간 축소 방안입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금 이 방안을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사무금융노조는 회의적입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절충안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시간 외 매매시간에 투입되는 노동량은 전체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는 당장 13일 저녁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증권거래시간 단축 및 통일임단투 승리를 위한 서울 수도권 결의대회'를 열 계획을 밝힌 상황. 한국거래소 측은 논의에 적극참여하겠지만 거래소 단독으로 결정할 수있는 사안이 아니라 금융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이 둘러앉아 협의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