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골고루 담아놓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투자를 하되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는 의미입니다. 세계 경기가 회색지대로 들어섰습니다. 여러 채권에 기회가 있는 만큼, 더 싸게 살 수 있는 자산을 찾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죠"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19일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해외 채권 상품을 보고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 산유국 지정학 리스크 등을 주요 이슈로 꼽으면서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회색지대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본인 투자에 대한 공부도 강조했다.
박태근 팀장은 증권업계에서 채권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화증권 제일선물(현 유진투자선물) 등을 거쳐 현재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을 맡으면서 국내외 채권 시장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박 팀장은 내달 24일 비즈니스워치 머니워치쇼에서 강연자로 나서 달러채권 등 해외채권 투자 전략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이른 아침 형 인간인 그는 본인을 '천성적으로 채권밖에 모른다'고 소개했다. 박 팀장이 내다보고 있는 국내외 채권 시장의 현 주소와 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 채권은 안전 자산이다. 예금보다 높은 수익과 부수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워낙 국내 경기가 안 좋아졌기 때문에 기본 일드(Yeild, 수익률)가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 지난해 명목성장률이 3%였는데 대부분 수익은 2% 초반에 그쳤다. 낮은 금리를 못 견뎌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국내 채권과 예금 금리보다 높은 해외 채권으로 눈을 돌린다. 환율이라는 변동성이 있지만 달러 표시 채권의 경우 변동성이 크지 않다. 금, 엔화도 안전자산이지만 채권과 달리 사이클이 불규칙하고 일드도 없다. 브렉시트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금이 빠르게 올라왔지만 이슈가 잠잠해지자 금세 빠졌다.
-채권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채권을 많이 담아야 하는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일본을 보자. 부동산 중심 자산 가치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맞으면서 대폭락했다. 금리도 제로 수준이었다. 일본인들이 눈을 돌린 곳이 해외 채권이다. 우리는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제조업 기반 경제를 영위하고 있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잉여금이 많다는 얘기다. 고령화 추세가 본격화돼 안정적 고정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해외 채권 수요가 충분하다.
-해외 채권 투자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 단순히 고수익을 노릴 것이 아니라 상대적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주식 흐름을 귀신같이 맞춰서 저가 매수 고가 매도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 자산을 합쳐 손실을 상쇄하고 회복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주식과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자산을 갖고 있다고 수익이 반드시 늘지는 않는다. 달러 표시 채권 갖고 있다고 수익이 반드시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 주식과 같은 신흥국 자산과 달러 표시 채권은 반대로 움직인다.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구성해 환율에 따른 위험을 헷지하고 손실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등 특정 국가 채권에 이목이 쏠려 있다
▲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인도,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채권도 좋다고 하지만 외국인 할당 제한이 있어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채권은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접근성 측면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접근성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현지 통화 채권이 아니라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기초 체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채권을 찍는다고 수요자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있어야 채권도 찍는 것이다. 달러 표시 채권 만기가 현지 통화 채권에 비해 만기가 긴 것도 그만큼 프리미엄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향후 주목해야 할 이벤트가 있다면
▲ 결정적 모멘텀은 외적 변수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역시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여파, 산유국 지정학 리스크 등이 중요하다. 지금은 관련 이슈들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가 연출돼야 채권 시장도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독일 경제 동향을 꼽겠다. 독일 경제가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우리 시장은 유럽 시장과 동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 금리가 올라가야 세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제2의 일본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침체 국면이다. 미국 일본 간 관세 이슈가 독일 자동차로 옮겨 붙으면 독일 경제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채권 투자 진입 시기를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 기본적으로 상품마다 다르다. 위험 자산 성격에 따라 진입 시기에 차이가 난다. 경기가 애매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우호적이고 인플레이션 확률도 낮다고 한다면 모든 채권 투자에 있어서는 좋은 환경일 수 있겠다. 경기가 향후 꺾일 것 같다면 하이일드같은 고위험 채권에 투자하기 어렵다.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 성향을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증권사가 매수를 권유한다고 잘 모르는 것을 사면 안 된다. 증권사들의 분석을 들어보고 설득되는 지점이 있으면 매수에 나서면 된다.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를 못하면 소용없지 않겠는가.
-올해 채권 투자 전략은
▲ 올해는 상품이든 투자 시기든 일단 깔아놓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것은 달러 약세를 유도해 세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모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러 채권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는 의미다.
일단 지금은 경기 상승 국면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회색지대다. 구조적 불안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침체 국면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완만하게 불안해지는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지금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이 단기적으로는 좋지만 내년까지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애매한 경기에서는 골고루 사 놓아야 한다. 투자를 더 지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어떤 자산을 더 싸게 살 수 있느냐, 그 시점이라고 본다.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수익에 따르는 위험을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고수익이라고 해서 덥석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은 자산이라고 해도 다양한 분석을 통해 수익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과가 나타난다면 개인들도 재밌게 공부하고 계속 투자할 수 있는 동인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채권 시장을 통해서 주식 등 다른 시장 정보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장단기 금리 차이에 대한 논란도 우선적으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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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9년 4월 24일(수) 오후 3시~5시
▲ 장소 :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불스홀(3층)
▲ 참가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02)783-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