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2017년 매수한 메리츠종금증권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현금 상환 대신 보통주 전환을 선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입장에서는 자본 확보와 함께 배당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일 메리츠종금증권 RCPS 21만7391주에 대해 보통주 전환 청구를 실시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RCPS는 무의결권부 비상장주식으로, 보통주로 전환하면 장내 거래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7년 7480억원 규모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RCPS 형태로 1억1184만7818주를 상환기간을 달리해 여덟 차례에 나눠 발행했다. 이를 계기로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서며 같은 해 11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인가를 획득했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한 곳은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증권금융 등 모두 21곳에 달한다. 이중 NH투자증권은 2, 3차 발행에 참여해 RCPS 869만5652주를 주당 4600원씩 총 400여억원에 매수했다.
RCPS는 상환가능 기간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부여된 주식이다. RCPS는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떨어지고 담보도 없어 기업이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RCPS를 보유하는 경우 통상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챙길 수 있다. 상환 시 일반 사채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투자자가 피투자 기업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보통주로 전환해 투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3차 매수분 중 3% 물량에 해당하는 21만7391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이 매수한 RCPS 중 3차 발행분 전환청구 기간이 작년 6월30일부터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NH투자증권 보통주 상장예정일은 이달 16일이다. 현재 NH투자증권에 남아있는 3차 매수 RCPS는 630만4348주다. 2차 발행 매수분은 217만3913주로 올 12월30일부터 보통주 전환 청구기간이 시작된다.
NH투자증권이 매수한 RCPS가 보통주로 전환하면 의결권 없는 비상장주식에서 장내 거래와 의결권 행사가 모두 가능해진다. 메리츠종금증권 주가가 NH투자증권의 매수가보다 낮아지지 않는 한 NH투자증권은 투자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다행히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올 들어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연초대비 29.8% 오른 529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4일 오전 9시45분 메리츠종금증권은 주당 517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입장에서는 RCPS에 따라붙는 배당 비용 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상증자 직후 2017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RCPS에 보통주 200원보다 4원 높은 204원을 배당한 데 이어 2018사업연도 결산배당에서 224원(보통주 200원)을 지급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향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소각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RCPS에 따라붙는 배당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1300여억원 상환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남아있는 RCPS는 총 9782만6082주, 약 62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