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피모간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거둬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벌이가 시원찮았지만 이익을 대부분 본국으로 송환하는 행렬이 변함없이 줄을 이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이피모간증권서울지점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2018회계연도 결산으로 507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에 맞먹는 금액으로, 본점으로 그대로 송금된다.
제이피모간증권서울지점은 지난 1991년 설립된 곳으로 본점인 제이피모간홀딩스 홍콩이 100% 지분을 들고 있다. 작년말 기준 1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3회계연도 결산으로 280억원의 현금배당을 한 이후 매년 배당을 하고 있는데 한해 순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남김없이 가져가고 있다.
2016회계연도에는 640억원 규모의 결산배당 뿐만 아니라 700억원의 중간배당까지해 송금 규모가 한해 벌이 금액(640억원)을 크게 웃돌기도 했다.
제이피모간증권서울지점은 지난해 증시 여건 개선에도 순이익이 전년(764억원)보다 250억원 가량 줄어든 507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상당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확대된 것과 비교된다.
다른 외국계 회사도 순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조리 가져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서울지점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2018회계연도 결산으로 9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액은 본점인 CS증권 유럽으로 송금된다.
회사측은 이와 관련해 "누적잉여금의 일부 본점 송금액"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지난해 순이익이 90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을 거둬가는 것이다.
1996년에 설립한 크레디트스위스증권서울지점도 한해 벌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배당으로 본점에 송금하고 있다.
지난 2013회계연도에는 순이익(119억원)을 크게 웃도는 540억원 규모의 배당을 한다거나 이듬해에는 순이익(955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600억원)의 배당을 했으나 최근 4년 동안에는 예외없이 한해벌이 만큼 가져가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증시 거래대금 확대 등 사업 여건이 개선되었음에도 순이익이 전년 1326억원보다 400억원 가량 빠진 906억원에 그쳤다.
골드만삭스증권서울지점은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450억원의 현금배당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430억원을 다소 웃도는 금액이다. 12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결산을 한달 가량 앞두고 미리 연간 순이익 예상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점 송금액으로 잡아 놓은 것이다.
골드만삭스증권서울지점은 결산월을 3월에서 12월로 바꾸기 직전인 2012회계연도에 순이익 규모를 크게 웃도는 무려 27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한 바 있다. 이후에도 한해 순이익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의 배당을 결정해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재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본점으로 송환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증권사 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다른 산업 분야의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회사는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 상당수를 국내 인력으로 꾸리고 있고 한국 시장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경영 성과의 대부분을 본점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환원이나 재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