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는 게 최선이었나 생각이 듭니다. 코넥스 시장에서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고요. 코스닥 이전상장 과정에서도 코넥스 시장 매매가 거의 없다 보니 공모가 매기는 데 한계가 있어 차라리 비상장 상태에서 상장하는 게 유리했을 거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잠잠했던 코넥스 시장 무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6년 전 혁신기업에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명분으로 출범했지만, 각종 지표에서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넥스 상장기업 27곳이 코넥스 시장에서 총 36차례에 걸쳐 약 937억원을 조달했다. 작년 상반기 코넥스 자금조달 규모는 1841억원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자금조달은 모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사모 전환사채를 통해 이뤄졌다. 두 방식 전부 특정 투자자를 지정해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다. 올 들어 시장 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자금을 조달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코넥스 시장이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넥스 시장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설됐는데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넥스 시장 부진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드러난다.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9억원. 4조원을 넘나드는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의 100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작년 일평균 거래대금 48억원에서 40%가량 떨어져 나간 수치다.
이는 개인이 매매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설명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코넥스 시장 참여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매매 규모가 작다 보니 일부 상장사에서는 이전상장 시도 시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올 들어 현재까지 코넥스 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 수는 6곳에 불과하다. 신규상장은 2016년 50곳을 정점으로 이후 29곳, 21곳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이전상장과 흡수합병 등을 제외한 상장 요건 불충족에 따른 상장폐지 건수는 현재 32건을 기록하고 있다.
코넥스 시장의 성과가 없지는 않다. 코넥스 시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을 자본시장 울타리 안에서 육성해 코스피 코스닥 등으로 이전상장을 시키는 것. 현재까지 총 49건의 이전상장 사례(스팩상장 포함)는 코넥스 시장의 대표적 성과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상장 성공 사례가 만족스러운 수준의 수치는 아니지만, 시장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상장절차와 공시규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상장사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넥스 상장조건과 공시의무 요건이 엄격하지 않아 역량 강화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넥스 상장기업의 수시공시 항목은 36개로 코스피 53개 코스닥 52개에 비해 적은 수준이고 상장 절차도 대폭 간소화되어 있다.
한 코넥스 상장기업의 대표이사는 익명을 요구하며 "코넥스 상장을 유지하는 조건은 턱없이 낮아 부담을 가질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코넥스 상장 경험이 기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견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코넥스 기업이 특례제도를 통해 이전상장을 시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거래소가 이전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신속이전상장제도와 기술특례제도 등으로 이전상장하는 기업은 총 30곳으로, 이전상장 기업 49곳의 60% 이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이 정규 시장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모 기능을 갖춰야 한다"며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과 혼돈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