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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인력대란 오나' 기업들, 상법 개정안에 '시름'

  • 2019.12.03(화) 17:10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5개 경제단체 정책세미나
"시행령 개정 통한 기업 활동 옥죄기 그만둬야"

정부의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옥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해 실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일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5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센터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는 5개 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연사들은 정부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추진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당장 사외이사 인력대란 발발"

법무부는 올해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가 무리 없이 종료되면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돼 공포될 전망이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기업 사외이사 선임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올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회사 등의 주총 내실화 방안의 연장선이다.

구체적으로는 한 회사에서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하거나 관계 회사 등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기간이 도합 9년 이상인 경우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했다. 제도 취지상 특정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오래 재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상장사협의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 당장 566개 상장사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사외이사 인력풀이 제한된 현실을 고려하면 사외이사 인력 대란이 발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기주총이 열리기 전 주주들에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모두 제공토록 한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 내용은 주주들에게 기업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주총이 열리는 기간을 분산시킨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이 경우 주총에서 사업보고서상에 명시한 배당 내용과 다른 내용이 결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당 절차 기준이 될 정관 내용이 시행령과 충돌할 경우 시행령을 우선 적용토록 한 내용도 기업 활동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최성현 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배당기준일을 상정한 상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이 순서"라며 "배당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유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국민연금 통한 기업 경영 개입 멈춰라"

정부가 상법 시행령 개정안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개정안의 골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지만,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하는' 일반투자 유형을 신설해 주주활동 문턱을 낮춘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해임청구·위법행위유지청구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작업 ▲배당 관련 영향력 행사 등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주행동으로 상정했다. 임원 선·해임 주주제안 등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봤다.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따른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를 정부가 국민연금 손을 빌어 기업 경영 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려는 행위로 상정하고 해당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기업 입장에서 배당 결정과 이사 해임 등은 고도의 경영 판단이 개입되는 영역"이라며 "이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안이한 생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경영 개입을 줄이고 기금운용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란 있을 수 없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와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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