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거래소에 자금을 수혈한다. 2009년 캄보디아거래소 합작 설립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투자금액은 반토막이 났고 출자금만 쌓여가고 있다.
해외 거래소 사업의 경우 중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거래소 입장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캄보디아 합작거래소(이하 캄보디아거래소)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결의했다.
해당 안건의 이사회 결의는 캄보디아거래소가 한국거래소에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할 경우 거래소가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이사회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실질적으로 추진되면 일정 범위 내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출자 규모를 결정하는 이른바 위임조항을 둔다는 내용이 안건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거래소에 출자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각각 45:55 비율의 합작투자로 해당 거래소를 세우면서 약 102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거래소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는 캄보디아거래소 투자 금액 전액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작년 감사보고서에 손상차손으로 49억원을 계상했다.
손상차손은 기업이 상정한 투자 회수 가능 금액이 장부상 금액보다 작을 때 해당 차액을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투자 금액이 절반 이상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캄보디아거래소 투자 건을 당장의 단기적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장 저변 확대 등 무형 자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거래소 실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2014년 국정감사 당시 2012~2013사업연도 손실규모가 약 21억원 규모로 파악된 바 있다. 캄보디아거래소에는 현재 5개 기업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현지 기관 합작을 통해 해외 거래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라오스거래소의 경우 지난 2011년 1월 한국거래소가 137억원을 출자해 출범시킨 첫 해외 합작 증권거래소로 매년 부실을 털어내고 있고 지난해 약 1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우즈베키스탄거래소는 2014년 거래소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증권거래소(RSE)에 증시시스템 용역 구축의 댓가로 2016년에 RSE의 지분 25%를 확보, 이듬해 관계기업에 포함시켰다. 우즈베키스탄거래소 역시 손상차손 인식이 이뤄졌지만 다행히 지난해에는 52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밖에 한국거래소는 중국과 싱가포르, 독일 등에서는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2020년도 사업계획 및 중장기경영목표(2020~2024년) 수립 ▲2020년도 예산(안) 승인 ▲자본시장발전재단(가칭) 출연일정 변경 ▲이사회 출자·출연 승인에 관한 권한 일부 위임 ▲KR투자증권 매매대상 확대 승인 등 5개 안건 역시 상정했다.
이사회 출자·출연 승인에 관한 권한 일부 위임의 건은 5억원 이하의 출자·출연 건에 한한다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이 밖의 4개 안건은 모두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