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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불안심리 고조⋯안전자산에 뭉칫돈 몰린다

  • 2020.02.25(화) 17:34

코로나19 여파에 증시 '흔들'⋯금 가격 단기 급등   
美 장기물 금리 최저치 '터치'⋯달러 초강세 전망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 사회로 확산하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국내 시장에서 연일 최고가 경신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국제 금 가격은 랠리가 이어지는 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채는 확대된 수요에 금리가 최저치까지 떨어지며 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서며 외국인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강한 자금 쏠림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 기승전 '코로나'⋯'金'빛 랠리 재시동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이 대거 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는 1㎏짜리 금 현물 1g 가격은 지난 24일 6만4800원을 기록,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할 기미를 보인 이달 17일부터 24일까지 6거래일 연속 오른 금 시세는 9% 가까이 치솟았다. 거래 대금 기준으로 지난달 8일 159억원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금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전장에서는 금 시세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24일보다 1200원 떨어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제시장에서도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 당 1676.6달러(한화 약 203만원)를 기록, 연일 최고점을 경신 중이다.

지난 21일 국제 금값은 종가 기준 1648.8달러를 기록해 약 7년 만에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국내·외 시장에서 금빛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금 가격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 "2019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외 여건으로 금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던 이슈들이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지속되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변동성 피하자"⋯美 30년물 국채 가격 폭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정한 주식시장의 상황은 금값뿐 아니라 채권가격도 끌어올렸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에 따르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1.92%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 또한 장중 1.40% 선까지 떨어지면서 1.37% 마감하는 등 장기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금리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장기물 국채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은 코로나19뿐 아니라 국내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미국 및 중국의 경제지표가 비우호적으로 조사된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안전자산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채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인 미국의 종합 구매자관리지수(PMI·마킷 기준)는 올해 2월 기준 49.6을 기록해 7년 만에 처음으로 50선을 하회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심리 지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첫 경제 지표"라며 "투자자들은 ISM(공급자관리협회) 제조업 지수에 선행하는 뉴욕 연준 및 필라델피아 연준 제조업 지수 급등보다 2월 마킷(Markit) PMI 부진에 더 관심을 갖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2월 전반기 자동차 판매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는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나 급감했다.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대외 경제지표들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안전자산이 부족한 현재 상황도 장기물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 환경에도 뚜렷한 약세를 보였다"며 "지난 17일 4분기 GDP가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이후 엔화 약세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화가 안전자산의 매력을 다소 상실한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채권이 다시 증가함에 따라 안전자산 중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채권이 증가, 결국 캐리를 얻을 수 있는 미국채에 대해 프리미엄이 부여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초강세⋯외국인 불안심리 반영

주식시장이 코로나19에 맥을 못추는 사이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이 1209.2원으로 마감하면서 1200원 선을 넘어 섰고 24일에는 1222.2원을 기록하며 추가 상승했다.

25일 9.9원 내린 1210.3원에 마감하며 주춤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공포심리가 수습되기 전까지 환율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흥국 통화는 지난주 최악의 한 주를 보낸 가운데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제와 기업들의 실적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신호로 인해 하락했다"며 "달러 강세가 신흥국 중심으로 이어졌고 특히, 브라질 헤알화와 한국의 원화가 유독 약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계속된 강달러 기조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관찰됐다. 1100원 중후반 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이달 들어 급등하자 순매수세를 유지하던 외국인들은 이달 연간 누적 기준 순매도로 전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첫장 이후 지난 24일까지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도합 9803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발발에 따른 불안심리가 환율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약화와 이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러스 확산이 언제 진정세를 보일지 예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의 국내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늘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글로벌 전반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 등에 미뤄 볼 때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1250원까지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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